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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섹스의 감옥은 아니거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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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내 칼럼을 정기적으로 읽는 독자라면 흔히 그 날의 주제와 관련된 일화로 기사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지 싶다. 이번 주에도 한두 가지 비밀을 털어놓고 싶지만 주제가 부부간 섹스인지라 이번만큼은 건너뛰어야겠다.

결혼 후 성생활이 따분하리라 생각하면 부모에게 물어보라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편이 뉴스위크 인터넷판에 자신의 성생활이 공개된 사실을 알면 까무라칠 테니 말이다. 솔직히 우리는 부부의 애정생활을 친구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 얘기를 눈곱만큼이라도 까발리기라도 할라치면 남편에게 인공호흡 처치를 해준 다음 119 구조대를 부른 뒤 남편이 퇴원하기 전에 내 신분을 바꾸고 스페인어를 배워서 멕시코로 달아나야 한다.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둘째 이유는 사람들이 부부간 성생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와이담’ 중에서도 최근 ‘마마스 앤 파파스’의 리더였던 고(故) 존 필립스의 딸 매켄지가 아버지와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한 일 다음으로 재미 없는 이야기다.

나는 심리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부부간 섹스 이야기를 꺼리는 이유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예외 없이 부모님이 떠올라 뒷맛이 개운치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생후 6개월 때 부모가 이혼한 사람이든 정상 체위나 S&M 같은 변태 성행위 등 온갖 성적인 문제에 완전히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의 엄마와 아빠가 성행위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아니,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부부와 섹스 문제를 현실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이는 섹스와 결혼을 둘러싼 오해가 아직도 존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몇 가지 오해를 들어 보자.

오해 1 결혼한 뒤로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

가장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오해다. 미국인들은 자기 부모가 성생활을 하지 않는다고(물론 빠르고 성스러웠던 자신의 잉태는 제외하고) 철석 같이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왜 미국인들은 그렇게 고집스레 결혼한 다음엔 섹스를 않는다고 믿는 이유를 모르겠다. 혼인서약을 주고받은 뒤 자동적으로 금욕생활이 시작된다면 결혼제도는 쇠퇴하다가 소멸되고 그 많은 아이들도 탄생하지 않았다. 우리 동네 브루클린의 쌍둥이 유모차 숫자만 보더라도 부부는 분명 성생활을 한다.

그 이유는 거의 누구나 섹스를 좋아하고 결혼한 뒤로도 섹스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혼자들은 데이트할 때만큼 자주 성생활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논외의 문제다. 데이트할 때는 3일을 참았다가 전화를 하라는 철칙이 있지만 결혼하고 나면 그런 데는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리고 결혼 전에 성관계를 그렇게 많이 갖는다는 생각도 어쩌면 오해일지 모른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아주 매력적인 독신남은 결혼하면 마음껏 섹스를 즐기지 못할까 봐 결혼하지 않는다지만 현재 그런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해 2 결혼하면 평생 똑같은 사람과 섹스를 해야 한다

먼저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 부부간 섹스가 배우자를 독점하지 않는 다자간 연애(polyamory)나 스와핑 형태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결혼한 바로 그 남자와 언제까지나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섹스를 하리라는 생각도 착각이다.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다. 사람은 평생 동안 성장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관심사를 좁혀간다.

배우자가 달라진 현실에 적응해 취향과 입장을 바꿀 동안 그들의 성적 기호도 변한다. 10대였을 때 나는 빅 걸프 음료수와 감자로 만든 테이터 토트 요리를 아주 좋아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피노 그리지오 포도주와 화덕구이 피자를 더 좋아한다. 우리는 부모를 변함없는 불변의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아마 그래서 부부가 혼인서약을 교환하는 순간 단조로운 삶 속에 갇혀버린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실상 한 사람과 결혼한 뒤 세월이 흐르면서 남편이 성장하고 변하는 동안 계속 새로운 모습의 남자를 만나고 알아가게 된다. 물론 잠자리도 그 달라진 남자와 같이 하게 된다.

평생 동안 진심으로 한 가지 유형의 성행위만 하겠다고 공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숫처녀가 아니면 구제불능의 미숙아다. 심한 말인 줄은 알지만 내 요점을 분명히 전달하려니 어쩔 수 없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당신이 변할 동안 배우자도 달라지며 성생활도 바뀐다. 다만 플레이보이 걸이나 고급 콜걸 출신 같은 성생활을 하는 0.000000001 퍼센트의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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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3 자녀를 가진 뒤 생활이 바뀐다

물론 이는 오해가 아니다. 아이를 가진 뒤에는 상황이 분명 달라진다. 그래서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리고 왜 모두가 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생각할까? 우리가 태어난 뒤로 부모는 ‘둘 만의’ 시간을 못 가졌으리라 저절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 우주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맞다, 분명 생활이 달라진다. 우리 부부의 경우 생후 15개월 된 사내아이가 침대 한복판을 차지하고 잔다. 그리고 나는 깨어 있을 동안에는 산송장처럼 지낸다. 두 사람 사이에 누운 아기가 행복하게 잠을 자면서 내 콩팥을 걷어차거나 머리카락을 아주 세게 잡아뜯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자녀를 더 가져보려는 욕구에 찬물을 끼얹는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을 기대했나? 관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프랑스 가정부 차림의 보모가 나타나 아기를 데려가는 것? 아니다. 아기가 울어대고, 사생활이 없어지고, 치솔질을 하면서 선 채로 잠을 자는 버릇이 새로 생기는 건 모두 인구를 조절하는 자연 나름의 섭리다.

적어도 나는 그러기를 기대한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아기가 생긴 뒤) 상황이 좋아진다”는 측면을 과소평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아기가 생기면 섹스가 게임 같아진다는 점은 말해두고 싶다. 소중한 아기로 인해 ‘모든 일을 망치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만들려고 배운 적도 없는 제임스 본드의 전술을 구사하게 된다.

마치 10대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된다. 은밀하고 진땀나고 후다닥 해치우는 놀이 같으며 들키지 않고 뭔가를 했다는 짜릿한 쾌감이 있다.그러니 부부간 성생활이 너무나 재미 없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 접어두면 안 될까? 모두가 진실은 아니며 대부분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기 전의 성생활이 그렇게 완벽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결혼 생활에는 사실이면서 참아주기 어려운, 트집잡을 만한 문제들이 그 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몇몇 부부가 자신들을 ‘엄마’ 또는 ‘아빠’라고 부르는 닭살 돋는 행동 말이다. 그런 호칭이 설령 성생활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자제해주기를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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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A KELLE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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