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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뮤지컬] 소극장 공연 즐기는 4가지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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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글=김아형(‘scenePLAYBILL’ 기자)

1. 공연도 보고, 미술 공부도 되는 ‘드로잉쇼’ 2. 비눗방울 놀이를 예술로 승화시킨 ‘팬 양의 버블월드’


[하나] 이색 소재 뮤지컬

로맨틱 코미디가 대세인 소극장 뮤지컬 시장에 하나둘 독특한 소재의 뮤지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살인 사건부터 휴먼 다큐멘터리, 군대 이야기 등 그동안 금기시 해왔던 소재들이 소극장을 만나 오히려 그 진가를 120% 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남자의 전유물인 ‘군대’를 소재로 한 뮤지컬 ‘스페셜 레터’(SM아트홀/ 12월 31일까지/ 02-501-7888)의 고공행진은 단연 돋보인다. 여성 관객이 주를 이루는 공연 시장에 여자들이 가장 꺼리는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가 몽땅 녹아있음에도 여성들의 호응은 상상 이상. 극은 스물일곱 늦깎이 이등병이 스무 살 김 병장의 ‘협박’에 못 이겨 여자 이름을 가진 대학 동기 은희를 소개해주면서 시작한다. 나이 많은 신병의 애환, 초코파이 하나에 움직이는 종교행사, 군대식 축구 ‘군대스리가’ 등 군대에 관한 뻔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지지만 참신한 배우들의 호연과 개성 있는 캐릭터, 생동감 넘치는 춤과 노래로 무장한 덕분에 여성들의 폭소까지도 끌어낸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 첫 소개되는 라이선스 뮤지컬 ‘건메탈 블루스’(뮤디스홀/ 2010년 1월 10일까지/ 02-743-9920)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느낌의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다. 1940년대 미국의 한 술집을 배경으로 백만장자 살해 사건의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추리소설처럼 긴장감 넘치는 줄거리와 소극장을 꽉 채우는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묘미. 세 명의 배우가 하나의 세트에서 펼치는 이야기는 연출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이번 공연은 소극장 버전으로 그랜드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 색소폰으로 구성된 밴드가 가세해 정통 재즈를 라이브로 들려준다.

[둘] 밴드 뮤지컬

영화 ‘마법사들’의 뮤지컬 버전 ‘더 매지션스’의 한 장면.

음악을 극 속에 자연스럽게 삽입하기가 쉽고, 리허설이나 공연을 극 속에 집어 넣어 드라마적인 부담을 덜 수 있기에 밴드를 소재로 한 뮤지컬은 제작자들에게 각광받는 다. 또한 연기와 함께 연주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더 매지션스’(창조아트홀/ 2010년 1월 3일까지/ 02-741-0720) 역시 출연진들이 직접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등을 연주하는 작품. 요절한 동료 기타리스트 자은을 기리기 위해 3년 만에 재회한 록그룹 ‘마법사 밴드’의 이야기로 친구의 기일이 되어서야 자신들의 지난날과 진짜 꿈을 직시하게 된 이들을 통해 우리는 삶의 마법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작품은 꼭 닫혀 있던 마음의 빗장을 열 때 찾아오는 화해와 용서, 희망을 마법에 비유하고 있 다.

밴드가 등장하는 뮤지컬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헤드윅’(KT&G 상상아트홀/ 11월 14일~2010년 2월 28일/ 02-3485-8700)은 동독 출신의 실패한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그린 록 뮤지컬로 타이틀롤인 헤드윅이 혼자 노래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콘서트 형식을 취하고 있다. 2005년 초연된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의 매력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열정적인 무대와 들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뮤지컬 넘버에 있다. 조승우·오만석·김다현·조정석 등 ‘헤드윅’을 거친 배우들은 뮤지컬 스타로 거듭났으며, ‘헤드헤즈’라는 매니어 집단을 양산하며 대학로 소극장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대학로에서 삼성동 KT&G 상상아트홀로 옮겨와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헤드윅’에 로커 윤도현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10년 만에 뮤지컬에 출연하는 그를 위해 ‘YB밴드’ 멤버들이 극 중 ‘앵그리인치 밴드’로 함께 무대에 올라 열정적인 라이브를 선보일 예정이다.

[셋] 로맨틱 뮤지컬

3. 트렌스젠더의 섹시한 독백 ‘헤드윅’ 4. 오래된 연인들을 위한 이야기 ‘두드림 러브’

‘김종욱 찾기’ ‘싱글즈’ 등 롱런하는 소극장 뮤지컬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로맨틱 뮤지컬이다. 소극장 작품으로 로맨틱 뮤지컬이 각광받는 건 아늑한 공간에 어울리는 말랑한 이야기와 친밀한 음악이 두루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 로맨틱 뮤지컬의 원조 격인 ‘판타스틱스’(문화공간 이다/ 11월 6일~2010년 1월 17일/ 02-762-0010)는 1960년 5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에서 무려 1만7000번 넘게 공연된 작품이다. 소년 매트와 소녀 루이자의 성장담 속에 꽃피는 사랑이라는 평범한 소재가 롱런한 비결은, 화려한 대극장 뮤지컬이 흉내 낼 수 없는 소극장만의 아기자기한 표현과 뮤지컬의 기본에 충실한 탄탄한 구조, 따뜻한 시선에 있다. 여명과 성시경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판타스틱스’의 오프닝곡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가 흐르고 달이 떠오르면 당신에게도 마법 같은 사랑이 시작될지 누가 알겠는가.

‘판타스틱스’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젊은 커플들의 이야기라면 ‘두드림 러브’(대학로 라이브극장/ 12월 31일까지/ 02-747-0094)는 사랑에 지친 오래된 연인들의 치유담이다. 지난 시즌 단골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의 특별 제안으로 사랑의 기억을 되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추억의 영화관’을 배경으로 오랜 사랑에 지쳐 이별을 결심한 커플에게 소중했던 추억들을 되살려준다. 소극장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40여 곡의 음악이 이어지는 송스+루(대사를 절제하고 노래가 대사를 대신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형식)라는 형식과 평면적인 공간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액자식으로 구성한 것은, 이 작품을 여타 로맨틱 뮤지컬과 차별화시킨다. 사랑에 지친 이라면 ‘두드림 러브’ 추억의 영화관을 찾아 시들한 사랑에 펌프질을 해보는 건 어떨까.

[넷] 아트 퍼포먼스

소극장 뮤지컬의 홍수 속에 뮤지컬은 아니지만 뮤지컬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극장 퍼포먼스들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완성된 그림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즐긴다는 참신한 발상에서 시작된 ‘드로잉쇼’(질러홀 드로잉쇼 전용관/ 오픈런/ 02-766-7848)는 대학로 소극장을 달군 대표적인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소 만화적인데 드로잉월드에서 비행 박스를 타고 날아온 5명의 ‘The Look’족은 말 대신 그림으로 지구인들과 소통한다. 이들은 강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90여 분간 10여 점의 그림을 그려내는데, 초고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도 신기하지만 사용하는 재료와 기법도 입을 못 다물 정도다. 특수 개발한 안료를 이용해 산수화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게 한다거나, 남대문 스케치가 불타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운 건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작품의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그림은 한 점도 없다는 것.

어린 시절 비눗방울을 갖고 놀던 추억에 잠겨있다 환상적인 비눗방울 묘기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팬 양의 버블월드’(명보아트홀 다온관/ 오픈런/ 02-2263-9741∼2)는 기네스북 기록만 16개를 보유한 세계 최고의 비눗방울 전문가 팬 양이 선보인 ‘버블쇼’의 시즌2 공연이다. 팬 양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이번 공연엔 친형인 야노 양과 아들 데니 양도 함께 80분간 예술적인 버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맨손으로 비눗방울을 만드는 건 기본, 지름 5m의 거대한 비눗방울 벽과 스모그를 넣은 비눗방울 등 마술 같은 퍼포먼스도 펼친다. 그중에서도 레이저 빔과 LED 조명으로 바다와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장면은 이 공연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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