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 아동들이 곤돌라를 타고 단풍놀이를 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조용철 기자]
바로 이런 경우 케이블카나 곤돌라가 필요하다. 케이블카나 곤돌라는 원래 관광객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마련한 장치이지만 최근엔 장애인의 산악 접근권 확보 차원에서 가치가 새로이 평가되고 있다. 특히 대형 스키 리조트는 곤돌라뿐 아니라 여러 편의시설까지 잘 갖추고 있어 장애인이 큰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단풍이 막 내려앉은 9일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리조트. 인근 태백미래학교에서 가을 소풍을 나왔다. 2003년 개설한 태백미래학교는 영동남부 지역의 유일한 장애인 특수학교다. 학생이 56명인데, 태백·정선·강릉·삼척은 물론이고 멀리 인제가 집인 학생도 있다. 교사는 모두 34명이다.
아이들 네 명이 선생님과 함께 곤돌라 탑승장에 도착했다. 이들 중에 휠체어에 앉은 6학년 김동규(11)군도 있다. 뇌질환을 앓아 두 발로 걷기는커녕 스스로 식사와 배변도 어려운 장애 1급 아동이다. 이날은 동규가 생전 처음 곤돌라를 타는 날이다.
곤돌라가 탑승장에 도착하자 정지한다. 탑승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일부러 기계를 멈춘 것이다. 리조트 직원이 나와 “목발을 짚은 장애인이 탑승할 경우엔 속도를 평소의 절반 이하로 늦춰 탑승을 돕고 휠체어나 유모차가 탑승할 때는 아예 정지한다”고 설명한다.
곤돌라는 꼬박 40분을 올라가 백운산 정상 부근에 도착한다. 해발 1346m다. 아이들이 여태 밟아본 땅 중에서 가장 높은 땅이다. 아이들이 파란 하늘 아래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발 아래 단풍을 내려다본다.
태백미래학교 오영석 교무주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학교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두고두고 얘기를 한다”며 “신종 플루 때문에 졸업 여행도 못 갔는데 이번 곤돌라 여행이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민호 기자
케이블카·곤돌라 뜨는 여행지들
전국의 케이블카·곤돌라 중에서 경치만 놓고 따지면 설악산 국립공원의 케이블카가 으뜸이다. 강원도 속초시의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권금성(850m)까지 왕복 운행하는 케이블카로 1971년 설치됐다. 케이블카를 타면 고된 산행 없이도 이른바 내설악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하나 애초부터 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설치한 시설이 아니어서 케이블카를 타거나 내릴 때 불편한 점이 있다. 요금 8500원, 장애인 할인 없음. 033-636-4300.
장애인을 염두에 둔 대표 케이블카라면 경남 통영 미륵도의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들 수 있다. 국내 최장 길이(1975m)를 자랑하는 관광용 케이블카다. 지난해 운행을 시작했고, 지금은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 상부 스테이션에 이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있다. 장애인 요금은 50% 할인해서 4500원.
곤돌라는 전국의 주요 스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장치가 없어도, 리조트마다 곤돌라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해 직원이 우선 탑승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할인 혜택도 많다. 곤돌라 요금의 50%를 깎아주는 리조트는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리조트, 평창의 휘닉스파크, 횡성의 현대성우리조트,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리조트 등이 있다. 강원도 홍천의 대명비발디는 20~30% 할인한다. 장애인을 위한 대표 시설로는 하이원리조트의 8인승 곤돌라와 대명비발디의 슬로프 진입로 에스컬레이터 등이 있다.
리조트의 장애인 프로그램은 사실 스키 시즌에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게 대한장애인스키협회(http://kasa.kosad.kr)가 주최하는 장애인 스키학교다. 올해는 12월 중순부터 약 70일간 하이원리조트와 무주리조트에서 열린다. 두 리조트 모두 장애인스키 전문 장비와 강사진을 갖추고 있다. 2007년 처음 시작한 뒤 지난해까지 하이원리조트에서만 열렸고, 세 시즌 동안 모두 장애인 700여 명이 스키를 즐겼다. 휠체어 장애인은 좌식 스키를 이용하고, 시각장애인과 지적장애인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종목은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가 있다. 장애인 스키학교는 2박3일 일정으로 모두 30차례 열리며, 참가비는 15만원(렌털비·리프트비·강습료 포함), 학생 12만원이다. 02-3453-6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