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종회서 與野 역할, 4개 종책모임 단일후보 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5호 08면

불교계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 조계종의 총무원장 선거가 22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의 전통불교문화공연장에서 실시된다. 321명의 선거인단이 모여 제33대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선거인단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하면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선거인단은 1차의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한다. 이때 다수 득표자가 총무원장으로 뽑힌다. 선출된 총무원장의 임기(4년)는 원로회의 추인이 있은 다음 시작된다. 조계종은 7~11일 24개 교구별로 10명씩의 선거인단을 뽑았다. 여기에 중앙종회의원 81명이 전체 선거인단에 포함돼 총무원장 선거에 참여한다.

조계종의 大選, 22일 총무원장 선거

총무원장으로 선출되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직을 맡게 된다. 조계종을 비롯한 27개 종단으로 구성된 종단협의회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기구다. 총무원장이 되려면 자격이 필요하다. 연령 50세 이상, 승랍(僧臘·절집 나이, 출가 이후 햇수) 30년 이상으로 법계 종사급 이상의 비구승이어야 선거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 불편했던 관계 개선 희망
청와대는 이번 선거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개신교 신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형성된 불교계와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불심 깊은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을 특임장관에 임명한 것도 새로운 관계 설정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 주 장관은 행정부와 여야의 소통,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와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33대 총무원장이 선출되면 청와대 불자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을 보내 축하 인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수석의 법명은 금산(錦山)으로 현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이 지어 준 것이다. 박 수석은 “조계종의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 진정성 있는 대화로 상호 신뢰를 쌓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10·27 법난 사료관 건립 문제 등 불교계의 현안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는 12∼14일 총무원장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10일 현재 출마를 선언한 스님은 네 명이다. 가나다순으로 각명(58·속리산 법주사 봉곡암 주지), 대우(63·내장산 백련암 회주), 자승(55·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 종하(71·원로의원·서울 관음사 주지) 스님이 그들이다. 도영(67·완주 송광사 주지), 월서(73·원로의원), 정념(53·오대산 월정사 주지) 스님은 출마 여부를 놓고 숙고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관리위원장 심경 스님은 “원융과 화합, 그리고 승가 공동체라는 고래의 전통을 계승하여 수행과 승풍을 진작하고, 불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선거를 통해) 제고하자”는 담화문을 냈다. 그는 “불가의 선거는 내적으로 안정과 발전의 근간이 돼야 할 뿐 아니라 사회를 정화하고 향도할 수 있는 모범이 돼야 한다”며 “승가의 전통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도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해 주목을 끄는 건 중앙종회의 여야를 구성하고 있는 4개 종책모임이 최초로 연대를 형성했고, 그걸 반대하는 측에서도 연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4개 종책모임(화엄회, 무차회, 무량회, 보림회)은 화엄회 대표인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 후보로 지지하고 있다. 중앙종회는 세속의 국회와 비슷한 입법 기능을 하는 곳이며, 종책모임은 정당과 같은 역활을 한다. 총무원은 조계종의 행정 기능, 호계원은 사법 기능을 맡고 있다.

중앙종회는 현재 4개 종책모임과 무소속 종회의원(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가운데 화엄회·무차회·무량회는 정치권의 범여권, 보림회는 야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4개의 종책모임은 지난달 총무원장 선거에서 행동을 같이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화엄회는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 후보로 추대했고, 다른 3개 종책모임은 각각 총회를 열어 자승 스님을 지지하기로 했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사상 최초로 여야가 힘을 합치는 ‘4자연대’가 이뤄진 것이다. ‘4자연대’와 무소속 종회의원 일부는 지난달 29일 자승 스님 추대법회를 열었고, 자승 스님은 이날 출마선언을 했다.

자승 스님, 4자연대 지지 받아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엔 자승 스님을 견제하기 위한 ‘예비 후보자 간 연대’가 이뤄졌다. 각명, 대우, 정념, 월서, 종하 스님 등 5인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자승 스님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5인의 스님은 자승 스님의 승적 정정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괴문서가 나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 “괴문서나 익명의 투서라 해도 그 내용이 중대하다면 조사해야 한다”며 “종단 차원에서 한 점의 의혹이 나올 수 없도록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하 스님은 “국무총리 후보자도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고 있으며, 청문회를 겪은 총리 후보자(정운찬)는 청문회가 대학 입시보다 1000배는 어렵다고 했다”며 “우리 승가도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적 담당인 조계종 총무부는 관련 서류 등을 검토한 뒤 “정상적인 행정절차에 의해 (승적 정정이) 집행됐다”는 공문을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에 발송했다. 그러나 자승 스님 반대파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계속 문제삼고 있다. ‘4자연대’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불교지도자넷(운영자 법응 스님)은 “특정 후보에 대한 종단 지도층의 집중적인 지지가 종법상에는 문제가 없다 할지라도 기득권 수호와 자리 배분을 위한 야합이라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각 계파가 합종하게 된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자승 스님 추대위 대변인인 지현(중앙종회 의원·무소속) 스님은 지난달 29일 ‘4자연대를 야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각 종책모임이 뜻을 하나로 모아 선거를 치르고 종단을 새롭게 하자는 뜻에서 연대가 이뤄진 것”이라며 “종책모임이 뜻을 모은 것은 야합이 아닌 분명한 화합”이라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 반대파에선 “종단의 집행부를 맡기엔 너무 젊지 않으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그러나 지현 스님은 “세납 54세는 가장 왕성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이며, 중요한 건 비전과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승적 정정 의혹, 특위서 조사를”
자승 스님 반대파에선 후보 단일화를 검토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념 스님은 지난달 24일 회견에서 “종단 선거의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함께 공유하고, 지도력에 대한 공감이 있다면 단일화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회견을 통해 자승 스님에 대한 검증을 주장했던 5인의 스님 사이에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총무원장 선거 열기는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은 더욱 거칠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선거 이후 조계종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화합할 수 있느냐다. 일각에선 갈등과 반목의 지속으로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새로 선출될 총무원장이 그런 우려를 없애고, 종단의 단합을 통해 불교를 더욱 중흥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