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 들인 '광화문 공원' 시민들 외면 '썰렁'

중앙일보

입력 1999.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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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가 세종로 문화관광부 옆 옛 치안본부 자리 2천7백평에 마련한 '광화문 시민 열린 마당' 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20억원을 들여 1년간 공사끝에 지난해 12월 완공됐지만 시민편의는 전혀 고려치 않았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없는데다 공원의 기본이랄 수 있는 녹지공간도 부족하다.

행인이 드문 보행 사각 (死角) 지대에 공원이 만들어진 것도 문제다.

◇ 실태 = 넓은 공원에 화장실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 4일 이곳에서 '청소년 그룹 사운드 경연대회' 가 열렸다.

대회를 주관한 '사랑의 전화' 관계자들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화장실은 인근 주택은행을 이용하라' 는 안내표지를 여기저기 써붙이느라 분주했다.

공중전화도 한대밖에 없다.

고건 (高建) 서울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서울신문고' 용 전화는 외국인용을 포함, 3대가 설치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야외공연장엔 아름드리 향나무 한 그루 외엔 나무가 전혀 없다.

천막 조차 쳐 있지 않다.

관람객들은 따가운 햇볕과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야만 한다.

공연장 인근 휴게마당에 느티나무 30여 그루가 심어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나무가 작고 심어진지 얼마되지 않아 '속살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속옷' 에 불과하다.

공원내에는 조선시대 이조.병조 등 육조 (六朝) 관아가 있었던 육조거리를 복원한다는 '육조마당' 이 있다.

이것도 '역사의식 고취' 는 거리가 멀다.

6개의 공간을 마련해 각 부처를 설명한 동판 하나씩 붙여 놓은 것이 전부다.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무엇을 위한 조형물인지도 알기 어렵다.

◇ 안이한 서울시 = 시 관계자는 "육조마당은 하나의 상징으로 만든 것일뿐 야외공연 행사장 으로 이용되는 것이 공원의 주된 조성취지" 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년 들어 이곳에서 열린 공연행사는 단 두차례 뿐이다.

공원에 녹지.그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공연무대 인근에 파라솔 4개를 갖다놨으며 몇년 뒤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때까지는 햇빛과 비바람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얘기다.

시는 이용객이 드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보행인이 적은 지역에 공원이 설치된 탓"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공원 입지를 잘못 선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시측은 "이달부터 11월까지 매주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초.중교생 대상 문화체험교실도 매주 한차례에서 두차례로 늘려 이용율을 높이겠다" 고 밝혔다.

도시연대 최정한 사무총장은 "작은 공간에 휴식.문화공연.역사탐방의 기능이 복합돼 있어 결국 '특색없는 공원' 이 되고 말았다" 며 "시민 입장에 서서 공원에서 무엇을 보고 얻을 것인가를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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