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컷] '호기심천국' 동물 만취행태실험 취지 민망

중앙일보

입력 199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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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SBS의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 (일요일 저녁 5시50분) 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과학적으로 풀어주는 '인포테인먼트 (infotainment.정보와 오락의 합성어)'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일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선 연예.오락 부문의 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5일 방영된 내용은 이런 취지와 거리가 한참 떨어진 느낌이다. 일본프로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폐지된 '서세원의 슈퍼 스테이션' 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2시간 동안 편성된 이날 프로는 '호기심' 을 넘어선 '선정성' 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특히 첫째 코너의 정도가 지나쳤다. 이날 주제는 게가 술에 취하면 과연 옆으로 기어가지 않고 똑바로 걷게 될까. 수조에 소주를 부어넣은 실험결과 영덕 게만 뒤로 가고 다른 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실험은 게에만 그치지 않았다. 제작진은 개도 실험했다. '짱이' 라는 이름의 16개월 된 개에게 막걸리와 포도주를 먹게 하고, 만취한 개가 방바닥에 소변을 흘리는 장면까지 보여주었다.

또한 '용팔이' 라는 원숭이에겐 담배를 피우게 하고, 맥주를 병째 마시게 하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결론은 고등동물일수록 술에 대해 민감하고, 하등동물일수록 둔감하다는 것. 대뇌피질의 크기에 따라 술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적 실험이라도 동물학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PC통신엔 "어린이는 따라하지 말라는 경고자막이라도 있었으면" (하이텔 솔아사랑) 등의 항의가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도 "심의규정 67조2항에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상하는 장면을 다룰 때는 그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며 "향후 회의를 열어 징계여부를 검토하겠다" 고 말했다.

SBS 강관선 책임프로듀서도 "앞으로 동물을 소재로 할 때 지나친 표현은 자제토록 하겠다" 고 밝혔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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