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못푼 '파업유도'] 청문회 이대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1999.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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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일 끝난 파업유도 청문회는 옷로비 청문회처럼 시원치 않게 끝났다.

두개의 청문회에 참여한 여야 의원들조차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게 된다" 고 실토한다.

대부분 의원들은 "청문회의 한계를 실감나게 보여줘 개선 여론을 높인 게 역설적인 소득" 이라고 자괴 (自愧) 섞인 평가를 할 정도다.

청문회의 보완방안을 짚어본다.

◇ 사전 증인조사제 = 상당수 의원들이 증인들의 위증 (僞證)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놓지 못한 채 호통과 '윽박지르기' 로 일관했다.

때문에 TV 여론조사 결과 "의원들의 신문방식에 문제가 있다" 는 견해가 50%를 넘었다.

이를 막기 위해 '사전조사제' 도입을 의원들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의원 개개인의 준비로는 어차피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사전 조사 중 증인에게 서면답변서를 제출케 하고 주요 쟁점을 미리 정리해 청문회장에선 핵심 쟁점만 추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또 청문회 전에는 '자료제출권' '소환권' 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 위증 처벌요건 완화론 = 파업유도 청문회에는 검찰의 이훈규 (李勳圭) 전 특별수사본부장 등 참고인 4명이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증언.감정법은 증인과 참고인의 불출석.위증 때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발하려면 국정조사특위 또는 상임위 재적의원의 과반수 동의가 필

요해, 여당이 이를 틀어버리면 증인 고발은 말로 그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고발요건을 3분의1 이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정희 (李政熙)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위증 처벌만 강화해도 청문회의 효율성은 크게 높아질 것" 이라고 지적했다.

◇ 정치공세 차단 = 두개의 청문회는 흥미 위주의 질문과 무분별한 정치공세로 정작 질문보다 의사진행발언이 더 많았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증인에게 '예' '아니오' 로만 답변토록 요구하고, 자신의 '장광설 (長廣舌)' 을 펼쳤다.

또 '메뉴' 가 될 만한 사안에는 중복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의원 개개인에게 똑같이 10~15분씩 신문시간을 주기보다 정당별로 신문시간을 총량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전문가 참여 필요성 = 여당측은 검찰 수사결과를 뒷받침하기에 급급한 반면 야당은 근거 없는 소문을 바탕으로 '의혹 부풀리기' 에 주력했다.

주제와 동떨어진 신문으로 청문회 흐름이 끊기는 것이 다반사였다.

강경근 (姜京根) 숭실대 교수는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가를 청문회에 참여시켜야 한다" 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민주.공화당을 대표하는 변호사가 독자적 증인신문을 벌이게 하는 것도 전문지식과 세련된 신문기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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