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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복귀? 양자회담 고수? … 주목받는 김정일 ‘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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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 첫째)가 4일 오후 평양대극장에서 피바다가극단이 개작한 중국 가극 ‘홍루몽’을 함께 관람하기에 앞서 서로 자리를 권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사람은 김영일 북한 총리. [조선중앙TV촬영=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입에 또다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김 위원장은 5일 저녁 방북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회담했다. 김 위원장이 핵 문제, 특히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어떤 발언을 했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향방이 갈라진다. 하지만 회담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김 위원장과 원 총리의 회담을 지켜보는 외교 당국자들의 시선에는 기대감과 신중론이 교차한다. 기대감을 갖는 것은 원 총리가 최근 3~4년 새 북한을 찾은 중국 최고위급 인사란 점에서다. 2005년 10월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방북과 이듬해 1월 김 위원장의 중국 답방 이후 북·중 정상급 방문은 끊긴 상태다.

따라서 원 총리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사전 교감이나 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없이 평양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퍼져 있다. 원 총리의 발언도 그런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는 4일 평양 도착성명에서 “중국은 북·중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큰 행복을 가져다 주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에 큰 기여를 할 의향을 표명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보도했다.

중국으로선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체면과 발언권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원 총리는 역대 중국 지도자의 북한 방문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방북길에 상당한 규모의 대북 지원이란 선물 보따리를 갖고 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사회가 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규모 지원은 북한에 대한 중국 영향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 역시 핵 문제와 관련한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고 돌려보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해 온 북한이 일거에 입장을 뒤집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지난주에도 박길연 외무성 부상의 유엔 연설을 통해 6자회담에 대한 부정적 입장과 북·미 양자 협상 주장을 반복했다. 무엇보다도 김정일 위원장 본인이 지난달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양자 또는 다자대화’에 의한 협상 의사를 밝혔지만 어디까지나 (북·미) 양자 대화가 기본이란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이 원 총리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간 입장을 표명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뜻하는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원 총리와의 회담을 북·미 대화로 가는 징검다리 형태로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6자회담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북·미 직접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과 양자대화를 해 본 뒤 결과에 따라 다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식의 유보적 입장을 밝혔을 수 있다. 6자회담 복귀 선언이란 카드는 북·미 대화에서 활용하기 위해 미뤄 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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