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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벨 울린 뒤 이륙까지 8분 천안에서 평양 맞히는 족집게 미사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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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F-15K ‘슬램이글’이 창공으로 비상하고 있다.

월간중앙“딱8분이면 충분합니다.”

공군 창군 60주년 - ‘보라매’의 영공방위 전력은

8월25일 낮 10시께, 공군 대구기지 내 ‘비상대기실(앨러트·Alert)’ 안에는 4명의 전투기 조종사가 대기 중이었다. 이들은 제11전투비행단 122대대 소속 F-15K ‘슬램이글’ 조종사들. 앨러트에 있던 선임조종사 명대성 소령은 “긴급출격을 위해 24시간 항시 이렇게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면서 “비상벨이 울리면 1분 만에 탑승을 마치고, 2~3분 내 엔진 시동을 걸어 8분 안에 이륙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른바 ‘8분 대기’였다. 이들 외에 ‘30분 대기’가 따로 있다. 상황에 따라 대대본부 내에서 준비하던 4명의 대기 조종사가 신속히 뒤따르는 것. 비상상황 발생에 대비한 전력인 만큼 문만 열면 바로 격납고였다. 정비를 마친 F-15K 2대(복좌형으로 1대에 2명 탑승, 조종과 무장 운용 분담)에는 언제든 날아올라 적의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도록 공대공 유도미사일 수 발이 탑재돼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단거리 미사일인 AIM-9X ‘사이드와인더’와 중거리 미사일인 AIM-120C ‘암람’.열 추적 미사일인 사이드와인더는 적기를 향해 자유자재로 비행한다. 이러한 기동성에 더해 놀라운 연동성도 발휘한다. F-15K 조종사의 헬멧 앞에는 특이한 영상장치가 부착돼 있다.

이는 미사일 발사정보가 표시되는 ‘영상조준기(JHMCS)’로 사이드와인더의 발사를 돕는다. 적기가 앞이 아닌 옆에 있어도 눈으로 쳐다보고 ‘방아쇠’를 당기면 미사일이 추적해 요격하는 식이다. 암람은 최대사거리가 68㎞에 이른다. 기체가 미사일을 쏘고 빠져도 알아서 요격체를 찾아간다.

반면 북한이 보유한 최고 성능의 공대공미사일로 알려진 R-27R ‘알라모’는 목표물 파괴 시까지 조종사가 직접 유도해야 한다. 최대사거리도 40㎞ 정도로 암람과 단순비교했을 때 애당초 ‘게임’이 안 되는 셈이다. F-15K는 공대지·공대함 공격 능력도 뛰어나다. 그 대표주자는 AGM-84H ‘슬램이알’.

천안에서 쏘면 평양의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사거리(최대사거리 270㎞)가 긴 순항미사일이다. 목표 오차범위가 3m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1.2m를 관통할 만큼 파괴력도 크다.

F-15K·KF-16은 영공 방위의 핵심

F-15K의 또 다른 히든카드는 GBU-31, 일명 ‘제이담’이다. 제이담은 투하 지점으로부터 적의 시설물까지 최대 24㎞ 떨어져 있어도 파괴가 가능하다. 여기에 GBU-28 ‘벙커버스터’를 갖추면 F-15K의 공격력은 더욱 배가된다. 지하 30m 아래에 있는 적의 시설물을 파괴할 수 있는 GBU-28은 이르면 내년께 도입할 예정이다.

전투 기능과 전폭 기능을 두루 겸비한 F-15K는 두말할 나위 없이 공군이 보유한 최강의 병기다. F-22 ‘랩터’, F-35 ‘라이트닝Ⅱ’ 같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제외하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그 어떤 전투기와 비교해도 성능이 월등하다.

F-15K를 운용 중인 122대대 대대장 이영수 중령은 “이미 모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서 “기량 연마를 통해 F-15K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F-15K의 가장 큰 특장으로 ‘작전반경’을 꼽았다. 전투행동반경이 무려 1,800㎞에 달해 도서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을 감당할 수 있다.

현재 공군은 39대의 F-15K를 전력화했다. 2차 도입사업도 진행한다. 2012년까지 이 사업이 완료되면 공군의 F-15K 보유 대수는 모두 60대로 늘어난다. 만만찮은 전력이지만 유사시 모든 전장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우리 공군의 전력이 이 정도로 그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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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부전투사령부 제2중앙방공통제소(MCRC)의 한 방공무기통제사가 콘솔을 조작하고 있다.

주력 전투기인 KF-16 ‘파이팅팰콘’이 있기 때문이다. 공군은 현재 200여 대(국내 면허생산 이전 도입한 F-16C/D 포함)의 KF-16을 운용 중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보유한 최고급 전투기인 미그(MiG)-29A 대비 KF-16의 기량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본다.

단적인 예가 앞에서 언급한 암람의 운용 능력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군사전문가는 “20여 대로 구성되는 KF-16 1개 대대의 역량이 육군 1개 군단의 화력과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공군은 F-4D/E ‘팬텀’과 F-5E/F ‘타이거Ⅱ’를 운용 중이다. 특히 베트남전 당시 전폭기로 맹활약한 팬텀의 성능은 꽤 우수하다.

작전반경 및 무장탑재 능력 등을 고려하면 F-15K·KF-16 등과 합동작전 때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가령 F-15K의 공대공 보호를 받으며 적진 침투 시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문제는 노후화가 심하다는 점. 팬텀은 도입한 지 최고 40년이 넘었다. 이와 관련해 군사전문가들은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의 불씨를 되살릴 것을 주문한다.

이들 노후 기종이 도태되기 전에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빨리 매듭짓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차세대 전투기(F-X 3차) 도입사업과 함께 당분간 공군 전력 강화의 ‘핫이슈’로 군림할 듯하다. 일반인이 공군의 전력 하면 단번에 떠올리는 것은 이들 전투기다. 하지만 공군을 구성하는 전력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공군의 모든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곳은 다름 아닌 중앙방공통제소(MCRC)다. 공군은 오산 작전사령부에 제1MCRC를, 대구 남부전투사령부에 제2MCRC를 운영 중이다. MCRC는 한마디로 우리 영공을 통합 감시하는 ‘보라매의 눈’이라고 할 수 있다. 24시간 영공을 감시할 뿐 아니라 항적(航跡·항공기의 이동 등)을 식별하고, 이에 따른 전술 조치를 실시하며, 비상상황 발생 시 요격을 관제한다.

관련 정보는 전국에 산재한 공군의 방공관제 레이더와 해군의 전술정보체계, 육군의 저탐레이더 및 육안감시소, 그리고 민간 항공교통센터(ACC) 등으로부터 모인다. 수집한 정보는 어떻게 활용할까? 2007년 1월부터 단독작전을 수행 중인 제2MCRC에서 그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작전실 안을 가득 메운 수십 대의 콘솔에는 방공무기통제사들이 붙어 앉아 연신 어딘가와 교신을 주고받았다. 콘솔에 설치된 스크린을 잠시 들여다보니 우리 영공 전역에서 여러 색의 선(민항기의 항로와 군용기의 훈련공역)과 점(민항기와 군용기)이 움직이고 있었다. 통제사는 공지(空地)통신망을 통해 조종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다.

특이한 점은 공군이 아닌 해군과 미 공군, ACC의 파견자를 위한 콘솔 3대였다. 각각 미사일 통제(해군)와 연합작전 수행(미 공군), 군용기와 충돌 방지(인천 ACC) 등이 파견 목적이었다. MCRC의 항적 정보는 디지털 데이터링크를 통해 임무 중인 전투기와 연동한다.

한마디로 조종석 안에서 MCRC의 화면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능동적 전술 운용이 가능한 셈이다. 또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면 감청에 약한 음성통신과 달리 작전의 효율성과 보안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하지만 F-15K를 제외하면 디지털 데이터링크를 갖춘 기종은 현재 없다.

영공 감시 MCRC는 ‘보라매의 눈’

물론 실현 가능한 기종은 있으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바로 주력기인 KF-16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주한 미 공군이 운용하는 F-16C/D(군산 제8전투비행단)의 경우 디지털 데이터링크를 탑재했을 뿐 아니라 KF-16에는 없는 JHMCS도 운용하고 있다. 때문에 공군에서는 2010년대 중반까지 KF-16의 개량사업을 통해 이러한 전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MCRC는 2013년까지 모두 4대 도입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E-737 Peace Eye)의 등장으로 더욱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지상 레이더 등이 주는 정보에 공중 레이더로 입수한 정보가 더해지면 MCRC에 전달되는 정보의 질도 그만큼 높아지게 마련이다. 대공방어 능력은 공중공격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공군의 전력이다.

이를 총괄하는 곳은 오산의 방공포병사령부다. 공군은 지난해 11월 차기 유도무기(SAM-X) 도입 1차 사업의 일환으로 패트리어트(PAC) 무기체계를 독일에서 들여왔다. 1965년 도입을 시작한 ‘나이키 허큘리스’ 고고도 지대공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방공포병사령부에 따르면 PAC 도입 후 노후한 나이키는 지대지로 임무를 바꾼다고 한다.

나이키와 비슷한 시점에 도입했지만, 여러 차례 개량을 통해 운용 중인 중고도 지대공미사일인 ‘호크’ 역시 말을 갈아타야 할 시점이 임박해 있다. 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현재 M-SAM(철매-2 사업) 개발이 한창이다. 공군에서는 2013년께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 공군이 전력화 중인 PAC의 성능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군이 밝힌 현 PAC 장비는 PAC-3, 형상(Conf)-2다. 이는 미군이 운용 중인 PAC-3, Conf-3와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발사구가 4개인 반면, 후자는 발사구가 모두 16개다. 또 공군이 도입한 PAC용 탄은 제한적인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ATM·GEM-T·GEM+ 등의 파편형 탄이다.

파편형 탄은 목표물 주변에 도달하면 스스로 폭발해 표적을 요격한다. 그러나 미군이 운용 중인 ERINT탄의 경우 직격탄으로 직접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때문에 실질적인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유일한 탄으로 분류된다. 북한이 다량 전력화한 스커드B/C 등의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향상된 성능의 장비 및 탄 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공군은 SAM-X 2차 사업 등을 통해 전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대기권 밖 상층방어가 가능한 타드(THAAD·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급 전력 확보다. 이에 발맞춰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를 도입하고 탄도탄작전통제소(AMDCELL)를 세우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정찰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기는 고도 10만 피트 이상에서는 비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음속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은 지상에서 발사된 뒤 수 초 뒤면 대기권 밖을 넘어선다. 이러한 움직임에 맞게 대기권 밖을 감시할 수 있는 장비가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다.

AMDCELL은 이 레이더의 정보를 이용한 소규모 MCRC 역할을 맡는다. 공군에서는 향후 MCRC와 연동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공군의 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이 ‘장밋빛’만은 아닌 듯하다. 2012년께 우리 군은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넘겨받기로 예정돼 있다.

공군의 경우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타 군과 달리 연합공군사령부(CAC)로 구성돼 미 공군이 지금처럼 주도권을 가진다. 하지만 언젠가는 공군 역시 주도권을 넘겨받아야 할 터. 이를 위해서는 공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견해다.

이를 뒷받침할 공군의 차기 무기 도입 계획은 크게 두 가지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중·고고도 무인정찰기(UAV) 도입사업이다. 미군(육·공군 합동)이 운용 중인 JSTARS급 지상정찰기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전력 증강사업, 기본 10년은 내다봐야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공중에서 이동하는 적의 움직임 탐지에 중점을 둔다면, JSTARS는 후방지역에 위치한 적 지상군 등의 움직임 포착에 탁월하다. 더 나아가 미군처럼 첩보위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한정된 국방예산이라는 문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당장 중·고고도 UAV 도입 문제만 해도 ‘국방개혁 2020’의 수정으로 2011년께 도입 예정에서 2015년으로 순연됐다. 전투기 등의 작전반경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공중급유기 도입사업도 2014년 이후로 연기됐다. 반면 이번 수정안에서 북한의 도발 등을 이유로 육군이 쓸 무기 도입은 오히려 강화됐다.

이와 관련해 한 군사전문가는 “대북 도발을 억제하는 데 지상군 위주의 전력 강화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비대칭전력(탄도미사일 및 핵무기)을 강화할수록 우리는 해당 시설 등에 대한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해·공군력, 특히 공군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치 외과의가 메스로 환부만 도려내듯 원거리 정밀 공격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작전을 위해서는 더욱 정확한 정보감시정찰 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시각도 많다. 물론 공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가령 F-15K 1대를 도입하는 데는 1,0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국가안보는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다. 굵직한 전력 증강사업은 기본적으로 10년 앞을 내다보고 진행하는 것들이다.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는 정부의 몫이다. 우리 앞에 놓인 위협은 북한뿐만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우리 공군력과 격차를 벌이려는 주변국의 공군력 강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현대전의 성격에 맞는 더욱 현실적인 국방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 김상진 월간중앙 기자
사진 오상민 월간중앙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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