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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역주의] 2. 호남차별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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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단지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불이익을 받거나 반대로 특혜를 봐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어느 지역이 얼마나 많은 불이익을 경험하는가' 에 대한 조사결과 호남출신들이 가장 많은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리적 거리감에 대한 조사결과 호남과 비호남 지역간에 심리적 간극이 큰 것으로 나왔다.

이같은 사회적 차별과 심리적 거리감은 11년 전 한국사회학회의 조사와 양상이 비슷하다. 그러나 지역간 심리적 거리감의 변화추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호남간의 거리감이 점차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흡하지만 영.호남 대립양상이라는 기존의 지역대립 구조가 완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중상층이 지역차별의 실상과 폐해를 더 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더 차별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중상층이 보이는 이런 의식과 태도간의 부조리를 개선하지 않는 한 진정한 사회발전을 기대할수 없을 것이다.

지역갈등의 심각성에 대한 조사에서 호남인들은 타지역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갈등의 골이 깊다고 생각하는 문제' 에 대해 물었을 때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역갈등' 보다 '빈부격차' 가 심각한 문제라고 대답했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빈부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지역갈등의 심각성 인식정도가 가장 높았던 강원지역조차 "빈부격차가 지역갈등보다 심각한 문제" 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호남인들만은 "지역갈등이 빈부격차보다 심각한 문제" 라고 응답했다.

IMF에도 불구하고 호남인들이 빈부격차보다 지역갈등을 더큰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그들이 '출신지역에 따른 차별' 을 타지역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 경험하고 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각 지역 주민들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조사해본 결과 호남인들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가장 먼 것도 확인됐다.

'출신지역 때문에 당한 여러가지 불이익 경험' 에 대한 조사 결과 호남인들은 4개 문항 모두에서 가장 많은 피해경험을 토로했다.

호남인들은 특히 개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취업.혼인과정에서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두 배 가까운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영남인들은 전반적으로 불이익을 적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지역에서도 경남과 경북간에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난다. 경북의 경우 대부분 문항에서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가장 적었다.

그러나 경남의 경우는 '인간적 모욕감' 이나 '소속집단의 따돌림' 면에서 상당히 많은 불이익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강원도의 경우는 '인간적 모욕감' 이나 '취업상 불이익' 을 많이 겪었으나 '혼인의 어려움' 이나 '소속집단의 따돌림' 면에서는 불이익을 당했다는 응답이 적어 문항별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와 같이 본인들이 느끼는 차별 경험이 얼마나 맞는지는 상대방 입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각 지역 출신별로 '특정지역 출신을 얼마나 꺼리는가' 하는 정도 (사회적 거리감)에 대한 조사 결과 호남에 대한 차별 정도는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투리에 대한 거부감' 의 경우 호남이 29.8%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영남 사투리도 14%의 적지 않은 거부감을 샀다.

'결혼상대로서 피하고 싶다' 는 항목에서도 호남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영남이 기피대상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나머지 두 항목에서 영남에 대한 거부감은 대폭 줄어든 반면 호남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크게 나타났다.

충청.강원지역은 전반적으로 거의 거부감을 사지 않았다. 호남인들이 경험한 불이익경험은 다른 지역의 차별, 사회적 거리감에 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영남인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적지 않은 기피를 당하고 있지만 '불이익 경험' 은 적다고 응답, 타지역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은 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꺼리는 지역민' 이라는 항목에 대한 응답을 지역별로 나눠보면 지역간 시각차가 드러난다.

'호남에 대한 차별' 이라는 면에서 호남 이외의 지역간에는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호남 대 비호남' 이라는 구조다. 반면 '영남인에 대한 거부감' 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다른 지역에 비해 호남인들이 영남인들을 꺼리는 정도가 뚜렷하게 나왔다.

결국 호남 외의 모든 지역이 호남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피해지역인 호남은 영남에 대해서만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호남인들 사이에 영남이 호남을 소외시켜온 주도세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이는 영남출신이 37년간 정권을 잡아왔던 사실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밀레니엄 기획취재팀=김창호.오병상.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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