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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수요예술무대' 진행 김광민·이현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어눌한 모습이 더 아름답다. 팬들과 시청자로부터 '썰렁 브라더스' 라는 별명을 얻은 MBC 수요예술무대 (밤 12시15분) 의 진행자 김광민 (39).이현우 (32).

녹화 도중 대사를 자주 잊어버리는 등 실수도 잦고 출연자와의 토크가 웃음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아마추어다운 모습에 시청자들은 더 큰 박수를 보낸다.

"녹화 자체가 다 실수라고 보면 되죠. 아직도 무대에 올라가면 긴장해서 대사를 자주 잊어버려요. 그러면 저는 '김광민씨 어떠세요' 하고 광민이 형을 찾죠. 근데 광민이 형도 순발력 있게 대응은 못해요. 도움을 청하면 항상 나오는 게 '음악 듣죠' 란 말이니까요. " 김광민과 이현우는 이 프로를 함께 진행하면서 알게 됐다.

재즈피아니스트인 김광민과 대중가수인 이현우 모두 새 앨범 준비로 바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은 날을 잡아 술을 마실 정도로 형.아우 하는 사이가 됐다.

"현우나 저나 나서기 싫어하고 내성적인 성격도 비슷해요. 둘 다 애인이 없다 보니 외롭기도 하고. 남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은 딱 질색이거든요. 그래서 진행하는 것도 일부러 꾸미지 않으려고 하죠. " 재즈.블루스.록 등을 들려주는 수요예술무대의 매력은 바로 이들의 어설픈 진행에 있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이기도 한 김광민의 재즈에 대한 전문성과 록과 대중가요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이현우가 함께 하는 시너지 효과가 돋보인다.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가 출연했을 때의 에피소드. 김광민과 케니 지의 연주 대결이 즉석에서 펼쳐졌다. 김광민의 피아노가 화려한 변주를 펼치자 케니 지의 색소폰이 따라잡지 못하더라고 제작진은 귀띔한다.

캐롤 키드.마이클 런스 투록 등 유명한 외국 뮤지션들이 한국 공연 때마다 출연하다 보니 한국 콘서트를 하면 '수요예술무대' 에 나가야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굳어졌다.

여기에도 이현우의 영어 실력이 한 몫 했다. 10년간 미국생활을 한 이현우는 뉴욕 사투리까지 구사할 정도. 진행자이기 전에 음악인인 이들은 요즘 10대 취향의 음악 프로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다.

"10대 위주 쇼프로가 대중음악을 망쳐요. 10대들만 보다 보니 그런 음반만 팔리고 또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저희들은 일종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 프로를 진행하고 있어요. 20.30대도 편안히 즐길 음악을 선사하는게 우리들 몫이죠. "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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