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감 영장 '수사권 독립' 겹쳐 파문]

중앙일보

입력 1999.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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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직 치안감인 박희원 (朴喜元) 경찰청 정보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전격 소환돼 구속영장이 청구됨으로써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정보국장이란 사회 각계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경찰 조직의 모든 정보를 취합.분석하는 경찰의 중추신경격인 핵심 포스트. 따라서 이런 경찰 내 실세가 독직 (瀆職)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경찰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중대사임에 틀림없다.

현직 치안감이 사법처리 대상에 오르기는 이번이 세번째. 93년 슬롯머신 사건 당시 경찰청 천기호 (千基鎬)치안감이 정덕진 (鄭德珍) 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87년 박처원 (朴處源)치안감이 박종철 (朴鍾哲) 고문치사 사건 범인을 축소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평면적 경찰 수뇌부의 수뢰사건을 넘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경찰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경 (檢警) 간 공방이 막 잦아든 민감한 시점에 터져나온 탓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권 독립을 외친데 대한 검찰측의 보복수사로 보고 몹시 분개하는 분위기다.

'괘씸죄' 가 적용돼 검찰이 경찰의 심장부에 칼을 들이댄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朴국장이 관련된 사건 자체가 경찰이 수사를 마쳤던 '아파트 비리사건' 이었다는 점에서 검찰이 뒤를 캤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의 잘못을 파헤쳐 경찰을 얽어매겠다는 의도가 처음부터 개입됐다는 시각이다.

한 경찰 간부는 "자체 징계사안에 대해 검찰이 칼을 뽑아든 것은 수사권 독립과 관련한 경찰의 기를 꺾겠다는 의도" 라고 흥분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관련,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경찰 수뇌부를 노린 표적수사가 절대 아니다" 고 강조하고 있다.

오비이락 (烏飛梨落) 격으로 수사권 독립 논쟁이 가라앉자마자 경찰 수뇌부가 소환된 건 사실이나 통상적 수사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드러난 사건이란 주장이다.

서울지검 김규섭 (金圭燮) 3차장은 "대형 아파트 관리업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 조사에 착수했을 뿐 경찰 간부를 노린 표적수사는 절대 아니다" 고 강조했다.

아파트 관리업체 대표의 수첩에서 우연히 朴국장의 이름이 발견돼 수사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보복성 수사가 아니냐" 는 세간의 의혹을 의식한 듯 검찰 수사팀은 어느 때보다 수사 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를 소환조사할 경우 대체적 혐의내용을 밝혀왔던 종전 관례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상대가 경찰인 만큼 자칫 언론에 혐의를 흘려 피의사실 유포라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겠다는 뜻인 듯하다.

남정호.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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