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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수씨 한국문화 특강 EBS '세상보기' 큰 호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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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선비와 TV.아귀가 맞지않는 항목처럼 보인다. 미술사학자 최완수 (57.간송미술관 학예실장) 씨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의 말을 빌리면 "대중 앞에 맨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싫었지만 아직 공부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 설명한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최씨는 지난 66년부터 줄곧 문화재 수집가 고 전형필 선생이 세운 간송미술관에서 한국미술 연구와 후배양성에 몰두해 우리 시대 '마지막 선비' 로 불려온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성된 것일까. 물론 공부에 완성이란 말이 있을 수 없지만 평생을 한국미술 연구에 바친 최씨가 그간 축적해온 연구성과를 대중을 향해 속속 털어내고 있다.

TV에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그가 이례적으로 EBS '세상보기' (월~금 저녁 7시20분)에 매주 월요일 정기 출연해 우리 문화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

최씨가 EBS에 처음 출연한 것은 지난 4월. 보통 한 달에 한 번 꼴로 출연자가 교체되지만 그의 특강에 푹 빠진 시청자 요청에 따라 다음달까지 연장방영하게 됐다.

비교적 수준이 높은 한국미술 강의가 열띤 호응을 받은 것은 매우 보기 드문 경우. 그만큼 그의 강의에 매력이 있다는 증거다.

손복희 PD는 "학생.주부 구분없이 문의전화가 쇄도해 '삼고초려' 의 정신으로 방송연장을 부탁했다" 며 "최씨가 전문적 항목을 진솔하고 정확하게 풀어내 일반인의 감동을 끌어내고 있다" 고 말했다.

최씨가 지난달 강의한 내용은 한국불상과 조선시대 회화. 5월에는 신라부터 조선까지 우리 불교미술의 특징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비례.색상.필치 등 미술 내적 요소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 우리의 역사.사상과 미술이 어떤 관계를 맺으며 역동적으로 발전해왔는지를 종합적으로 아우른다.

예컨대 10일 방영될 '고려 전기의 불교미술' .고려 왕건이 후삼국 통일을 달성했지만 지방 호족의 세력이 만만찮아 중앙 왕실의 '파워' 를 드러내려는 목적에서 거대 불상들을 많이 조성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예술성은 떨어지기 마련. 강대한 왕실을 보이려고 '허세' 를 떨어 은진미륵처럼 불상의 비례.사실성 등 조형미는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제 식민지교육으로 잃어버린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되살리겠다" 고 역설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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