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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자’서 껄렁한 딸로 변신, 배우 최강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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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최강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배반하는 캐릭터라 ‘애자’에 끌렸다”고 말하는 최강희. “나를 닮지 않아서 끌린 역할이지만 그만큼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9일 개봉한 ‘애자’는 초가을용 최루성 영화다. 평소 거칠고 퉁명스런 관계지만 엄마(김영애)의 병을 계기로 화해하는 모녀를 그렸다. 도회적 이미지의 최강희(32)가 입에 욕설을 달고 사는 껄렁한 딸(작가)로 변신했다. 모녀관계를 눈물 찡하게 다루는 대중영화는 그간 마이너한 취향을 보여온 최강희의 선택으로는 의외다.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배우로서 사춘기를 앓고 있다. ‘애자’는 그 고민과 도전을 담은 영화”라고 말했다.

“야행성이라 일이 없으면 오전 7시에나 잠에 든다”는 그는 느릿하고 곱씹는 말투로 할 말을 다했다. ‘4차원’ ‘패셔니스타’ ‘엉뚱녀’ 등 숱한 별명만큼이나 사회적 아이콘이 되며 젊은 여성의 욕망을 대변해온 그녀다. 어딘가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고집은 여전한 듯했다.

-‘애자’와 최강희, 의외의 조합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1~2년 전부터 연기에 대한 회의가 컸다. ‘서른앓이’라고 해야 하나. 더 이상 변명과 애교가 허용 안 되는 시점에 온 거다. 연기가 벌써 15년째인데, 내로라할 만한 게 없고 차라리 스카프 장사나 할까, 고민도 했다. 그런 점에서 ‘애자’는 내게 중요하다. 그간은 실제 나랑 닮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는데, ‘애자’는 나랑 하나도 안 닮았으니까. 실제 나는 소심한 편인데, 애자는 마구 질러댄다. 지금 아니면 언제 욕쟁이 ‘싸움짱’ 여고생을 해보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도입부, 그녀는 담배를 피워대는 여고생으로 나온다).

-마구 질러댔으니 쾌감이 컸겠다.

“보통은 그런 게 연기의 묘민데, 이번에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오죽하면 김영애 선배님께서 애 낳는 산모 같다 하셨겠냐. 내 안에 있는 걸 끌어내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을 입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 선배님과 호흡이 잘 맞았다. 선생님도 촬영 첫날 엄청 긴장하셔서 체했고 열 손과 발가락, 혓바닥까지 다 따고서야 촬영에 들어갔다. 대선배님에게도 아직 연기가 힘들고 설레는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 안심됐다.”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라고 했다.

“처음 엄마를 시사회에 초대했다. 가족이 그렇잖나. 엄마한텐 나는 영원히 아기고, 내가 엄마한테 보여줄 수 있는 영화도 ‘15세 이하’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제대로 못 보시더라. 내가 우는 장면에서도 극에 몰입하기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러워 하셨다. 내가 링거 맞으며 촬영한 기억만 떠올랐다고 하셨다.“

-부산 사투리가 리얼하다.

"처음 역할 보고 친구인 개그우먼 김숙이 생각났다. 요즘은 순화됐지만 원래 딱 그런 성격이다. 연기하면서 많이 참고했고, 사투리도 김숙이랑 대화하면서 익혔다. (김숙이 언니가 아니냐는 질문에) 내가 나이 개념이 없다. 열 살쯤 많아도 그냥 친구한다. 결혼 생각 없는 송은이·김숙 때문에 결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웃음)

-‘4차원’ ‘패셔니스타’ ‘최강동안’ 등 유난히 수식어가 많다. 배우로서 이런 타이틀은 어떤 의미인가.

“한마디로 전체를 규정하는 그런 타이틀은, 배우로서는 넘어야 할 숙제다. 패셔니스타라면 연기는 안 되는데 옷만 잘입는다, 그런 말 같고, 4차원도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동안이라고 하지만, 나도 배우로서 멋지게 늙어가야 한다. ‘애자’는 패셔너블하고 착해 보인다는 내 이미지를 정면에서 깬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모델이 되는 배우가 있다면.

“‘레옹’ 때부터 스타였지만 정형화된 길 대신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나탈리 포트만. ‘타이타닉’ 때는 별로였지만 ‘이터널 션샤인’‘리더’에서 소름을 쫙 돋게 했던 케이트 윈슬렛처럼, 내 편이 아닌 관객까지 설득시켜서 자기 편으로 만드는 배우다. 그리고 기교보다 순수함으로 연기하는 김영애 선배님.”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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