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월 한국초연 앞둔 윤이상 오페라 '심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올해 음악계 최대 화제작은 오는 5월22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되는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 (Sim Tjong)' .최근 UCLA에서 '윤이상의 작품에 나타난 한국.독일 음악문화의 결합' 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정미 (金玎美) 씨의 학위논문 중 '심청' 부분의 요약문을 보내왔다.

윤이상은 '류퉁의 꿈' '나비의 미망인' '유령의 사랑' '심청' 등 4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심청' 은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위촉한 작품. 애초에는 '심청' 과 함께 '삼국지' '쿠빌라이 칸 궁정의 마르코 폴로' '석가모니의 인생' 등이 함께 대본으로 물망에 올랐다.

72년 8월1일 '심청' 의 초연으로 막이 오른 올림픽 문화축전의 주제는 '인류의 화합' .처음부터 '심청' 은 동서양 문화의 결합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것이다.

볼프강 자발리쉬 (지휘).위르겐 로제 (무대.의상).릴리안 수키스 (심청) 등이 초연에 참가했다.

초연 당시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호평이 많았다.

초연 이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번도 상연되지 않았던 이유는 작품이 난해한데다 막대한 제작비 때문. 73년 장충동 국립중앙극장 개관기념 페스티벌에서 바이에른 오페라단을 초청, 이 작품을 국내 초연할 예정이었으나 윤씨가 일본서 행한 '반정부 발언' 의 여파로 취소됐다.

그후에도 여러차례 국내 상연이 추진되었으나 '정치적 이유' 로 제작비 마련애 어려움을 겪었다.

대본 작가는 심청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창극.소설 등을 참고했다.

오페라 '심청' 이 판소리 '심청가' 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불교.양반사회 등을 비판하는 사회풍자 등 극적 줄거리. 물론 무식하고 이기적인 뺑덕 어멈의 성격을 과장해서 묘사하고 있고 로맨스를 삽입하기 위해 심청을 사랑하는 마음씨 착한 젊은이 (박씨)가 등장하는 것은 판소리와는 다르다.

막이 오르면 무대는 하늘나라. 상제 (上帝) 를 칭송하는 합창으로 시작된다.

하늘과 땅과 바다의 조화, 음양의 2분법 등 도교의 세계관이 잘 나타나 있다.

1막과 2막은 지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천사가 심청으로 환생하는 서막 (序幕) 과 바닷 속 용궁에서 벌어지는 막간은 저승의 세계다.

'심청' 에서는 합창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줄거리와는 달리 극의 구성은 철저하게 서양식이다.

서막과 1막은 합창으로 시작해 관현악으로 끝나고, 막간과 2막은 관현악으로 시작해 합창으로 끝나는 대칭 구조로 되어 있다.

천상의 인물 (심청.옥진) 은 지상의 인물 (뺑덕.심봉사) 보다 높은 음역을 소화해야 한다.

심청은 플루트.하프.첼레스타.바이올린과 함께 높은 음역을 부르고 뺑덕어멈은 잉글리시 호른의 반주로 낭송에 가까운 노래를 부른다.

심청 (소프라노) 과 뺑덕어멈 (알토) 은 천상과 세속의 2분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목탁과 박 등 한국의 타악기를 포함한 4관 편성의 대규모 관현악 반주를 요하는 이 작품은 성악에서도 소리를 크게 떨어내는 농현 (弄絃) 기법을 원용했다.

UCLA 김정미씨 박사논문 발췌

정리 = 이장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