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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인터뷰] 드라마 '청춘의 덫' 심은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연기자에겐 분명 한계선이 있다. 열심히 노력한다면 거기까진 오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기자가 거기서 멈추고 만다. 선을 뛰어넘는 연기자가 그만큼 드물다.

'타고나야 한다' 고 말하기도 하고, '역시 노력'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요즘 방송사 드라마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내미는 이름이 하나 있다. SBS '청춘의 덫' 의 심은하 (27). 올들어 일체 인터뷰에 응하지 않던 그로부터, 선을 넘어선 그의 연기에 대해 들어봤다.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연기력이 괄목상대했다.

"작품의 완성도에서 위안을 찾을 뿐이다. 내 연기에 스스로 만족해 본 드라마나 영화는 아직 없다. '8월…' 은 작품이 좋았다. 성공한 작품에서만 평가하려는 경향은 싫다. "

- 욕심이 많다.

"일에서만은 그렇다. "

- 잔잔하고 차분한 역을 주로 연기한다. 스펙트럼이 한정돼 있진 않나.

"그렇게 보인다면 실제 성격의 일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변신해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순 없다. 그만큼 나를 버리기가 힘들다. "

- 뛰어넘고 싶진 않나.

"청춘의 덫' 에서 가끔 경험한다. 혜림이가 죽었을 때나 동우에 대한 증오를 토해낼 때 신들린 느낌을 받았다. 그때는 완전히 나를 잊는다. 그런 연기를 하고 나면 기운이 빠져 쓰러질 것 같다. "

- '청춘의 덫' 을 혼자서 이끌어 간다는 평도 있다.

" '청춘의 덫' 은 윤희의 드라마다. 모든 등장 인물이 윤희를 향해 있다. 내가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드라마가 부서진다. '심은하의 드라마' 라는 얘길 들으니 오히려 한시름 놓았다. "

- '백야' 와 '청춘의 덫'. 연기력이 차이난다.

" '백야' 는 연기자로서 작품 분석이 충분치 못했다. 반성한다. 제작진의 명성이 너무 커서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앞섰다. "

- '백야' 의 실패 원인은.

"대본이 나오면 모두들 사족 (蛇足) 을 없애기에 바빴다. 기본적으로 대본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캐릭터가 불분명해 등장인물의 생동감이 적었다. "

- 연기자로서 자신의 아킬레스건은.

"감정이나 열정이 폭발할 땐 폭발해 줘야 한다. 필요한 대목에서 항상 한 박자 늦다. 가족이나 감독은 금방 알아챈다.

- 연기자로서 자신의 아킬레스건은.

"감정이나 열정이 폭발할 땐 폭발해 줘야 한다. 필요한 대목에서 항상 한 박자 늦다. "

- 너무 차분해서 그런가.

"나서지 않는 성격 때문이다. 연기하고 나선 항상 후회한다. 나 자신도 아쉽다. "

- 기자들 사이엔 인터뷰하기 힘든 대상으로 꼽힌다. 인기관리 차원은 아닌가.

"연기를 할땐 일부러 말을 아낀다. 좀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다른 일에 에너지를 쏟으면 그만큼 몰입이 어렵다. 오해를 산다는 것도 안다.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

- 연기자는 작품마다 얻는 게 있기 마련이다. 촬영중인 영화 '이재수란' 에선 무엇을 얻었나.

"제주도에서 촬영을 강행군하며 체력적 한계를 느꼈다. 연기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직업이다. 건강도 챙겨야겠단 생각이다. "

- 영화와 TV드라마,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둘건가.

"마지막 드라마가 될지도 모르겠다. 앞으론 영화에 전념하겠다. "

- 이유는.

" '청춘의 덫' 같은 드라마를 다시 만나긴 힘들 것 같다. 좋은 영화 제의도 많다. "

- 힘든가.

"솔직히 힘들다. '청춘의 덫' 에선 나의 모든 걸 뽑아낸다. 하루 촬영이 끝나면 몸에서 기가 다 빠져나간다. "

- 정세호 PD ( '청춘의 덫' 연출가) 의 작품을 다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이전에 드라마 'M' 을 같이 하면서 그가 주문했던 연기철학이 내 연기의 좌우명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

- 예를 들면.

"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카리스마는 눈에서 나온다' 거나 '눈이 살아있는 연기를 하라' 는 내용이다. "

- 연기 생활 중 서러웠던 적은.

"이미지만으로 왜곡 당할 때다. 뜻하지 않은 실수나 사생활 때문에 불거진 얘기로 연기 생활에 지장을 받을 땐 너무 서러웠다. "

- 자신에 관한 스캔들을 들어봤나.

"물론이다. 일본에 남자 친구가 있다는 얘기도 들리곤 한다. 고등학교 여자 동창이 결혼해 일본에 가있다. 시간이 나면 놀러가기도 하는데 와전된 모양이다. "

- 속상한가.

"이젠 담담하다. 시간이 지나면 잠재워지기 마련이다. "

- 남자 친구는.

"없다. 주위에선 '청춘의 덫' 에 나오는 노영국같은 사람이길 바라기도 한다. 너그럽고 여유롭고 여자를 감싸 안아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 10년 후나 20년 후를 생각해 봤나.

"글쎄다. 그때도 연기를 하고 있을 진 모르겠다. 연기자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는 게 힘들다.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 지 모르겠다. "

-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시집가서 너무 너무 답답한 결혼생활에 미쳐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신적 공황 끝에는 분명히 같은 연기자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 같다. "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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