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남미] 1. 룰라 브라질 대통령 본지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04.08.15 21:47

업데이트 2004.08.16 15:00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국.인도에 이어 제3의 잠재대국으로 꼽히고 있는 브라질. 특히 노동자 출신 대통령 룰라의 집권으로 더더욱 세계의 주목거리로 부상했다. 과연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의 하나로 21세기를 주름잡을 것인가, 아니면 '남미경제'의 한계를 역시 반복할 것인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左)이 이장규 대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상황과 자신의 개혁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브라질 경제 개혁을 외치는 룰라 대통령과 지난달 14일 상파울루 근교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에서 어렵사리 단독회견 기회를 가졌다. 보충답변은 e-메일로 보내왔다.

-지난 5월 중국까지 왔으면서 바로 옆에 있는 한국도 좀 들르지 그랬습니까.

"내년에는 한국과 일본을 꼭 방문할 계획입니다. 한국에 가면 기업 현장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아시아 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십니다.

"기술개발과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 특히 세계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한국의 노력에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과 인도가 그런 한국을 본받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브라질도 같은 길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브라질은 오래 전부터 일본과의 관계가 깊지 않았습니까.

"과거 1970년대에 일본과 중요한 협력관계였던 것처럼 지금은 중국이 브라질의 주요 교역대상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투자협력과 무역 확대를 추진해 나갈 겁니다."

-한국과는 어떻습니까.

"한국의 대기업들은 9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에서 중요한 기업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한국 기업의 브라질 진출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길 원합니다. 최근 10년간 양국 간의 무역량이 그냥 그 수준인데, 크게 늘려 나가야지요. 상파울루에 한국 동포 5만여명이 훌륭하게 적응해 살고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시급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개혁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일자리를 늘려 국민의 빈부격차를 줄여가는 것이 첫째지요. 둘째는 향후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셋째는 질 높은 교육을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입니다. 다행히 올해부터 일자리와 소득이 늘고 실업률이 떨어졌습니다."

-브라질처럼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라에 어째서 5000만명이 넘는 절대빈곤층이 존재하는 겁니까.

"한국은 과거 50년대에 농지개혁을 했지만 브라질은 그러지 못했고, 아직도 그것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브라질의 경제는 사회개혁 없이 심각한 불균형 성장을 해왔던 것이 문제지요."

-해결책이 무엇입니까.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 창출입니다. 그래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저소득층에 대해 금융지원이나 세금인하를 실시하는 한편 연금개혁을 실시해 연금적자를 줄이는 데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선진국들과 제대로 협상하려면 개발도상국들이 단합해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선진국들은 말로는 자유무역을 주장하지만 직.간접적으로 개도국 제품 진출을 거부하고 있어요. 수십억달러의 지원금을 자국농산물 생산과 수출에 보조하고 있는 것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거지요."

-노동지도자 시절에는 자유무역체제에 비판을 해오다 대통령이 돼서는 생각이 달라진 것 같은데.

"자유로운 세계무역환경은 계속 확장돼야 합니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 균형잡힌 무역 확장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동자 출신 대통령으로서 노조 문제로 속 썩이고 있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해 줄 좋은 충고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파안대소하며 두 손을 내저었다.

상파울루=이장규 경제전문대기자,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