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변화에 힘입어 막걸리 판매량의 증가가 눈부시다. 업체에 따라 한 해 동안 10배 이상 막걸리 매출이 늘어난 곳도 있고 일부는 수요에 못 맞춰 제한 출고까지 하고 있다. 막걸리 수출도 급증해 올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213만 달러어치를 내다팔았다. 이 중 89%가 일본으로 들어갔다. 가히 ‘막걸리 열풍’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갑자기 이렇게 막걸리 사랑에 불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층은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막걸리는 유사 이래 우리 국민과 함께한 가장 오래된 술일 뿐 아니라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술 소비량의 80%를 차지하던 ‘국민주’였다. 저렴할 뿐 아니라 특별한 안주 없이도 마실 수 있는 부담 없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60년대 중반 쌀 대신 밀가루를 사용하게 되고 서민주라는 명목 아래 주세를 5%(맥주 150%, 소주 70%)로 싸게 매기면서 값싼 저급주로 오해받기 시작했다. 또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카바이트를 넣어 강제로 숙성시킨 저질 막걸리까지 생겨났다. 급기야 막걸리는 마시고 나면 머리 아프고 트림도 자주 한다는 편견까지 퍼졌다. 결국 국민주의 자리를 소주와 맥주에 넘겨주었다.
그러나 막걸리는 자연발효식품인 웰빙주(酒)다. 막걸리는 다양한 아미노산과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고 생막걸리에는 살아있는 효모와 젖산균까지 들어있다. 막걸리가 암과 간 손상을 막고 막걸리의 지게미가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민간업계도 품질 개선에 힘을 쏟았다. 최근에는 발효제어기술을 개발해 생막걸리의 최대 단점인 짧은 유통기한(10일 이내)을 세 배나 늘렸고, 저온 살균을 통해 유효기한을 1년까지 연장시킨 살균 탁주도 나왔다. 페트병 일색이던 포장도 캔·유리병·종이팩으로 다양해졌다.
남은 과제는 불붙기 시작한 ‘막걸리 르네상스’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느냐다. 우선 막걸리의 가치는 좋은 원료와 누룩의 품질, 그리고 발효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앞으로 민간업체들이 어떻게 다양한 막걸리를 개발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세계의 명주와 겨룰 수 있는 최고급 막걸리부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저렴한 막걸리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 막걸리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신선한 상태로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콜드체인(냉장유통) 시스템의 확보도 중요하다. 프랑스 요리와 함께 마시는 와인, 일본의 스시와 함께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사케처럼 막걸리와 어울리는 식사와 안주도 끊임없이 개발해 내야 한다. 한식 세계화를 추진 중인 정부도 막걸리에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막걸리의 표준화는 물론 학계가 막걸리의 우수한 기능을 연구하는 데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막걸리의 재발견을 복고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막걸리가 와인이나 사케처럼 자랑스러운 국가브랜드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고 본다.
배중호 국순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