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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탈출 장애 탈출 우리도 간다 ① 횡성 청태산 숲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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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까지 데크로드가 설치된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숲체원. 정데레사씨가 휠체어를 타고 탐방로를 따라 내려오고 있다. [조용철 기자]

장애인 단체들은 국내 장애인 인구를 400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많은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숨기고 사는 터라 실제론 정부 공식 통계(250만 명)보다 훨씬 많다는 거죠. 말하자면 남한 인구 12명 중 한 명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란 얘기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인프라는 장애인이 집 밖으로 나서는 일을 버겁게 합니다. 여행은 더욱 그들에게 먼 꿈과 같은 얘기지요. 그래서 week&은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장애인을 위한 여행 코스를 찾아다녔습니다. 꼼꼼히 살펴봤더니 휠체어로 오를 수 있는 산도 있고, 앞이 안 보여도 낚시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여행의 세계로 안내할 특별 기획을 오늘부터 격주로 7회 연재합니다.

산을 오르는 것만큼 뿌듯한 일도 없다. 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포만감은, 다른 종류의 여행에선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두 발 대신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장애인에게 산은 그래서 더 소외감과 박탈감을 들게 한다. 휠체어 장애인은 산 얘기만 나오면 주눅이 든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숲체원(www.soop21.kr)이란 곳이 있다. 해발 1200m 청태산 기슭에 들어앉은 숲 체험 공간으로 한국녹색문화재단이 2007년 9월 처음 문을 열었다. 바로 여기에 휠체어로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정상까지 데크로드를 낸 국내 유일의 시설이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겪어 휠체어 위에서 평생을 살고 있는 정데레사(32)씨와 함께 숲체원을 찾아갔다. 만약에 대비해 보호자도 한 명 동행했다. 그가 정씨의 휠체어를 뒤에서 밀었다.

산행을 시작했다. 산 중턱 탐방로 입구부터 정상까지 약 1.2㎞ 구간에 데크로드가 나 있다. 이름하여 ‘편안한 등산로’다. 정씨가 데크로드의 질을 먼저 살핀다. 휠체어에 타보지 않은 사람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검 사항이다.

“수동 휠체어는 그리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지만 전동 휠체어는 20㎏이 넘거든요. 거기에 사람이 타고 있잖아요. 어지간한 나무는 휠체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요. 하지만 여기 나무는 좋네요. 비싼 거 같은데요.”

숲체원의 시설 대부분은 국내에서 생산된 목재를 사용한다. 하지만 데크로드에 깐 목재는 수입산이다. 정씨의 지적대로 데크로드에는 일반 목재를 쓸 수 없다. 숲체원이 특히 주의를 기울인 건 데크로드의 경사도다. 어느 구간에서도 12도가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그래서 데크로드는 수십 번 산기슭을 지그재그 형태로 왔다갔다하기를 반복하며 정상까지 시나브로 상승한다.

“하나도 안 힘들어요. 저 혼자서도 올라갈 수 있겠는데요. 코스가 긴 편이긴 하지만 전동 휠체어라면 저보다 더 불편하신 분도 전혀 문제가 없겠는데요.”

한 시간쯤 뒤 휠체어가 산 정상에 도착했다. 새 소리 듣고, 꽃 구경하고, 잠자리 만져보면서 쉬엄쉬엄 오른 산행이었다. 전망대에 올랐지만 조망이 시원하게 확보되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산 정상에 오른 정씨의 표정은 밝았다. 산행에 동행한 숲체원 홍수장 과장의 설명을 들었다.

“산행이 장애인에게 성취감을 불어넣어 주는 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산림이 지닌 본연의 치유 기능이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숲체원 033-340-6300. 입장료 없음.

횡성=손민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데크로드’ 놓은 휴양림 많아요

숲체원은 장애인 전용 시설은 아니다.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산림문화 체험 공간이다. 숲체원의 경영 원칙은 다음과 같다. 산 정상까지 휠체어로 오를 수 있다는 건 산 정상까지 유모차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이 산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정상 정복을 욕심내지 않는다면 휠체어를 타고 즐길 수 있는 산은 의외로 많다. 특히 산림청이 운영하는 휴양림의 경우 대부분이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게끔 데크로드를 깔았거나 계단을 없앴다. 경기도 양평의 유명산 자연휴양림이나 산음 자연휴양림이 대표적인 시설이다. 이외에도 강원도 원주의 백운산, 경기도 포천의 운악산, 충남 보령의 오서산 등이 데크로드 탐방로를 갖춰 놓았다.

장애인 전용 통나무집을 갖춘 휴양림도 여럿이다. 장애인이 산 속에서도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원도에선 춘천의 용화산 휴양림과 강릉의 대관령 휴양림이, 전라도에선 순천의 회문산 휴양림과 장성의 방장산 휴양림 등이 통나무집의 현관 진입 턱을 없애고 화장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들여놓았다. 자세한 정보는 전국 휴양림 정보를 제공하는 ‘숲에On(www.foreston.go.kr)’에서 얻을 수 있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없지만 해발 1500m 이상까지 밟을 수 있는 산도 있다. 강원도 태백의 함백산(1573m)이다. 정상 턱밑까지 도로가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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