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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스케치]여야 육탄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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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몸싸움.멱살잡이.고성과 삿대질.욕설 등. 6일 국회 본회의장 주변은 66개 의안을 '단독처리' 한 여권과 이를 실력저지하려 했던 한나라당의 육탄격돌로 얼룩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성과 항의속에 의사봉을 두드리기 시작한 김봉호 (金琫鎬) 부의장이 15분여만에 일사천리로 법안을 가결시켜 나가면서 '국회 529호실 사태' 로 초래됐던 여야간의 대치국면은 일단 씁쓸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 …오후 3시28분. 김봉호 국회부의장은 여권 의원이 의사정족수인 1백50명을 넘어선 것을 확인하자 의사봉을 치켜들어 법안 가결을 하나하나 선포하기 시작했다.

특히 金부의장은 자신이 체결과정에서 핵심역할을 맡았던 한.일어업협정 비준안을 제일 먼저 가결해 눈길. "이의 없습니까" 라는 金부의장의 형식적인 질문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함으로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대세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金부의장은 법안처리를 마친 뒤 "위정자는 국민 대하길 사육사가 맹수 대하듯 하라고 했다" 며 "매일 밥을 주다가도 한번 실수하면 호랑이가 잡아 죽여버리듯 국민을 소중히 여기는 정치풍토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 일갈. 여권의 단독처리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봉쇄로 본회의장에 있던 여권 의원들은 14명이 모자라던 상황.

그러나 막판에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서석재 (徐錫宰) , 자민련 함석재 (咸錫宰).김기수 (金基洙).노승우 (盧承禹) 의원 등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의장 출입구를 통해 전격 진입하면서 대세가 기울고 만 것. 이 과정에서 김영배 의원이 한나라당 당직자에게 멱살을 잡히자 여야 당직자 사이에 격렬한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다.

○…날치기 후 두 차례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은 대여 강경투쟁을 거듭 천명.

오후 10시 열린 심야 의총에서 의원들은 "안기부 정치사찰로 국회를 유린하고 불법 날치기를 이틀째 자행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은 더이상 민주정부가 아니다" 며 "국회 복원을 위해 우리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자" 고 결의.

한나라당의 농성돌입은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희망연대의 강력한 요구로 이뤄졌다.

이들은 1차의총 때부터 '즉각 농성돌입' 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에 반발, 독자적 농성돌입을 결의한데 이어 李총재에게 철야농성을 강력히 주문했다.

결국 李총재는 부총재단.당3역 등과 구수회의를 열고 농성을 결정, 심야 의총을 소집. 이에 앞서 1차의총에서 이회창 (李會昌) 총재는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 며 "그러나 죽을 각오로 우리당의 울타리를 지키겠다" 고 울먹였다.

양정규 (梁正圭) 부총재는 "지도부 전체가 사퇴할 수 없는 만큼 나 혼자라도 당직을 던지겠다" 며 눈물을 흘렸다.

박희태 (朴熺太) 총무도 날치기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본회의를 원천봉쇄하려 했던 한나라당의 전략은 김봉호부의장이 낮 12시55분쯤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어긋났다.

한나라당은 당초 의장실 (30명).부의장실 (30명).본회의장 (60명) 등 3개 봉쇄조를 구성, 오전부터 의장실.부의장실을 점거하며 실력저지에 돌입. 그러나 외부에 머물던 金부의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전열정비가 채 끝나지 않은 틈을 타 슬그머니 본회의장에 들어간 것.

사색이 된 이규택 (李揆澤) 수석부총무 등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오후 2시 본회의의 경우 오후 1시에 본회의장 문을 여는 게 아니냐" 고 사무처에 격렬히 항의하며 즉시 단상점거를 시도. 그러나 金부의장 좌우로 국민회의 이협 (李協).이상수 (李相洙).설훈 (薛勳).김경재 (金景梓).윤철상 (尹鐵相).김민석 (金民錫) 의원 등 20여명이 방어벽을 쌓아 한나라당의 단상점거를 막았다.

○…한나라당은 부의장 진입 봉쇄에 실패한 오후 2시5분쯤 즉석에서 여권 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 봉쇄로 전략을 수정, 곳곳에서 격돌이 벌어졌다.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하려던 것. 야당측은 본회의장 출입구 다섯군데를 의원 10여명씩 나눠 봉쇄에 들어간 데 이어 아예 본회의장 출입문 두곳을 안쪽에서 보자기로 묶어 진입을 원천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 박광태 (朴光泰) 의원과 한나라당 이원복 (李源馥) 의원이 본회의장 복도에서 멱살잡이를 하는가 하면, 자민련 변웅전 (邊雄田) 의원과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뒤엉켜 뒹구는 등 이곳저곳에서 몸싸움이 연출됐다.

최훈.이상렬.윤창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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