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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국제공인'맹인안내견'조련사 이동훈.임덕성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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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두 젊은이가 남을 위한 생을 살겠다며 과감하게 인생진로를 수정했다.

주인공은 3년간의 교육을 받고 최근 국내 최초로 국제공인 맹인안내견 조련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동훈 (李東勳.30) 씨와 임덕성 (林德星.31.여) 씨. 李씨와 林씨는 뉴질랜드 왕립 맹인안내견학교와 매시대에서 조련사.재활지도사 자격증을 함께 취득한 뒤 지난 13일 귀국, 삼성화재 맹인안내견학교에서 각각 과장과 대리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만 3년전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까지 삼성물산 영상사업팀 직원이었던 李씨와 미국에서 동포 아동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던 林씨가 맹인안내견 조련사가 된 데는 시각장애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李씨는 대학재학 시절 하마터면 실명할 수도 있을 정도로 각막질환을 앓아 이식수술을 받았다.

또 9세때 미국으로 이민가 캘리포니아대에서 기독교육학 석사학위를 딴 林

씨는 아버지가 한국전쟁때 지뢰폭발로 실명했다.

그러나 주변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李씨는 "서울대 법대까지 나온 사람이 하필이면 개 길들이기냐" 며 반대하는 약혼녀와 처가 식구들을 한달동안 설득해야 했다.

또 결혼해 미국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던 林씨도 "한국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데 생활근거지를 옮기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는 어머니의 반대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도 이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고 95년 12월 두 사람은 삼성 맹인안내견 조련사 모집에서 1백70여명의 지원자를 물리치고 후보로 선발됐다.

"6개월 동안 여덟마리의 개를 맹인을 안내할 수 있도록 길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특히 한마리에 2㎞씩 매일 16㎞를 걷는 것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했습니다. "

두 사람은 2년 동안의 힘든 과정을 통해 국제공인 조련사가 됐고 올 한햇동안 대학에서 공부하며 시각장애인 재활사 자격까지 획득했다.

"한때 꿈꾸었던 판.검사 못지 않게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게 된 점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 "자격증을 받아 들었을 때 안마사였던 아버지의 손을 잡고 길안내하던 어릴 적 기억에 눈물이 나더군요. " 특히 林씨는 아내를 위해 미국 직장을 버리고 한국행에 흔쾌히 동의한 남편 (31)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林씨의 남편은 삼성전기 법무실에 근무하는 직장 동료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일하는 삼성화재 맹인안내견 학교는 국가나 사회단체가 운영하는 전세계 90여개 맹인안내견 학교와 달리 유일한 기업 소속. 93년 개교 후 모두 33마리의 안내견을 훈련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분양했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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