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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00년 8월 대대적 '비틀스' 학술대회 개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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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0세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오는 2000년은 '비틀스의 해' 가 될 것 같다.

2000년은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넌과 링고 스타의 60회 생일, '비틀스' 결성 40주년, 비틀스 해체 30주년, 존 레넌 서거 20주기가 겹치는 해. 핀란드 위베스퀼레대학 음악과는 오는 2000년 8월 대대적인 비틀스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비틀스 2000' 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http://www.jyu.fi/musica/b2000.)

'비틀스 2000' 프로젝트는 지난 97년 발족된 연구팀. '비틀스 2000' 은 사회학.인류학.문화연구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인지심리학.정신분석은 물론 지금까지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 연구방법으로 사용되던 원전비평까지 원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의 비틀스 연구와 다르다.

이들 소장 학자들의 최종 목표는 비틀스 연구를 기점으로 대중음악 전반에 관한 연구에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것. 지금까지 비틀스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악보를 한 줄도 읽을 줄 모르는 까막 눈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어릴 때부터 비틀스의 음악을 듣고 자라난 신세대 음악학자들이 첨단 음악학적 방법론을 비틀스의 음악에 적용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최근 미국음악학연구회 (AMS) 등에서도 비틀스를 비롯한 대중음악 연구를 음악학의 중요한 연구 영역.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비틀스 2000' 연구팀이 연구 대상으로 꼽고 있는 것은 ▶62년부터 70년까지 EMI등에서 공식적으로 발매된 음반 ▶이들 음반을 통해 발표된 노래들을 옮겨 놓은 악보 ▶스케치.데모테이프.수정본 ▶레코딩 세션에 대한 기록들 ▶전기와 인터뷰 등. 마치 베토벤이 '운명 교향곡' 을 작곡하는 과정에서 남긴 수많은 스케치들을 토대로 베토벤 음악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과도 일맥 상통한다.

말하자면 사회적.문화적 변동과 비틀스 음악의 수용 등 사회문화적 맥락에서의 음악 외적인 연구에서 편곡, 작곡, 레코딩, 양식의 변천, 조성과 화성 등 음악 내적인 연구로 발전하면서 방법론이 세련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핀란드 위베스퀼레대학 외에도 비틀스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곳은 쾰른대학 음악학과. 비틀스는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성공한 팝 그룹일 뿐만 아니라 팝음악을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자리잡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비틀스 연구의 시작은 영국 최고의 음악학자인 윌프리드 멜러스가 73년에 출간한 단행본 '신들의 황혼 : 비틀스 연구' .80년에도 연거푸 비틀스론을 발표했다.

또 음악학자 월터 에베레트는 85년 '쉬스 리빙 홈' 에 대한 음악심리학적 분석을 가했다.

그 여파로 음악학 박사논문에서 비틀스의 화성분석이 등장하는 등 비틀스 연구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또 멜러스 뿐만 아니라 한스 켈러, 데릭 쿠크 등 영국의 음악학자들이 비틀스의 음악에서 선율.화성의 예술적 가치를 발견한 바 있다.

앞으론 음악대학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바흐.베토벤.브람스와 함께 비틀스의 음악을 분석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음악사의 3B 대신 4B (Bach, Beethoven, Brahms, Beatles) 라는 말이 유행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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