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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EU 연간 수조원씩 투자, 중국,호주,대만도 맹추격

중앙일보

입력

중국 과학원 생식생물학연구실 저우치 박사와 상하이 자오퉁대 의학유전학연구소 쩡판이 박사가 생쥐의 피부세포로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iP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로 생쥐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했다(사진). 복제로 탄생한 27마리의 생쥐가 100마리의 2세 생쥐를 낳았으며, 2세 생쥐는 다시 100여 마리의 3세를 출산함으로써 완벽한 생명체임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쩡 박사는 “이번 실험 성공은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환자 자신의 세포치료제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 연구 경쟁이 뜨겁다. 최근엔 중국 연구팀의 사례에서 보듯 역분화 줄기세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각종 장기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는 현대 의료기술로는 치료할 수 없는 난치성 질환을 정복할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줄기세포 연구는 이전엔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 두 갈래로 이뤄져 왔다. 줄기세포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식 세포가 면역학적으로 환자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방안이 개발됐다. 배아줄기세포는 자가재생(self-renewal) 능력이 뛰어나 양산이 용이하며,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탁월해 활용도가 높다.

그러나 생명체로 자랄 수 있는 수정란으로 만들기 때문에 생명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비해 성체줄기세포는 여러 장기나 조직으로부터 분리해 낼 수 있어 생명윤리적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성체줄기세포의 증식기술이 확립되지 않아 대량 공급이 어렵고,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의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역분화 줄기세포다.

2006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교수팀이 최초로 개발한 역분화 줄기세포는 역분화 인자를 이용해 분화된 체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만든다. 따라서 생명윤리적 문제가 전혀 없고, 자가재생 능력과 다양한 세포로의 분화 능력이 배아줄기세포처럼 뛰어나다. 실제 미 MIT의 재니시 박사팀은 2007년 겸상적혈구 빈혈증을 지닌 생쥐의 피부 조직으로부터 역분화 줄기세포를 유도해 이를 유전적으로 변형하는 과정 등을 거쳐 생쥐에 이식해 빈혈증을 치료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는 역분화 줄기세포를 세포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 성공한 첫 모델이다. 다만 역분화 줄기세포는 세포 치료에 사용 시 종양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고, 양산 방안 및 특정 세포로의 분화에 대한 표준화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줄기세포 관련 시장은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 전문지 ‘리서치 임팩트 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2005년 69억 달러(약 8조4200억원)였던 줄기세포 시장 규모는 2012년엔 323억54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세계 각국은 줄기세포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에선 연방정부가 매년 6억7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주 정부 차원에서도 캘리포니아주가 지난해부터 10년간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미시간주·코네티컷주·캔자스주 등이 줄기세포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욱이 올 3월 미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부시 정부에서 규제해 왔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기로 결정해 줄기세포 연구가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일본은 역분화 줄기세포에만 올해 45억 엔(약 58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재생의료 분야에 109억 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10년간 약 65조원의 줄기세포 연구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논문 발표와 특허 출원 증가율로 볼 때 중국을 필두로 호주·싱가포르·폴란드·대만 등도 줄기세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국가 간 연구 경쟁과 별도로 GSK·머크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줄기세포 사업화 및 관련 회사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말 ‘2015년 줄기세포 분야 글로벌 톱5 진입’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줄기세포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402억원인 줄기세포 연구비를 2014년까지 1200억원으로 확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팀을 5개 이상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비 규모만 보면 선진국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뒤진다. 하지만 인내와 근성을 필요로 하는 줄기세포 연구는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분야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다면 충분히 국가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용만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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