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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재편 금주가 분수령 박·이·박 3인의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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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얽혀도 이만저만 얽힌 게 아니다. 한 사람의 선택이 다른 사람도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이재오 전 의원·박근혜 전 대표 등 여권 3인의 운명이 이렇듯 얽혔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짧게는 당·정·청 쇄신, 길게는 내년 지방선거 또는 하반기의 국정 운영 방향이 가닥 잡힐 것이다. 우선 이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가 11일 오후 4시 만난다. 박 대표는 양산 출마와 대표직 사퇴 여부에 대해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반응 에 따라 여권 지도부의 모습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대통령과 잘 아는 한 의원은 이번 주를 두고 “모든 게 가닥 잡히는 한 주”라고 표현했다.

당 대표직 잡나 놓나
양산 승패에 큰 변수 … 청와대 회동 뒤 결단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9일 생일상을 받았 지만 마음은 복잡한 듯했다. 10월 경남 양산 재선거에 출마하는 문제 때문이다. 기다리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은 11일 오후 4시로 잡혔다. 티타임 형식이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통상적인 당·청 회동”이라고 말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여권 내에 아무도 없다. 특히 청와대 회동 말미에는 장 총장과 청와대 맹형규 정무수석 등 배석자들을 내보내고 이 대통령과의 독대가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그의 출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중을 읽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선거가 임박한 9월 말∼10월 초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무게감이 실릴수록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는 희망 때문이다. 박 대표 수첩엔 대통령 면담 이외에도 ‘주소 양산 이전(12일)’ ‘부산·경남 민생 투어(13일)’ ‘양산 통도사 방문(14일)’ 같은 스케줄이 빡빡하다. 재선거와 직결되는 일정이다. 그러나 친이 일각에서 요구하는 ‘조기 퇴진’ 계획은 없다.

친이 진영에선 이런 박 대표 행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박 대표가 여당 대표 이름으로 선거에 나섰다 지면 정부와 당에 얼마나 큰 타격이 오겠느냐”고 염려한다. “출마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 복귀를 바라는 의원들 역시 박 대표가 빨리 자리에서 내려오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당선에 열쇠를 쥐고 있는 친박 쪽에서 “아예 당 대표 직함을 달고 나서라”고 하는 목소리도 흘려들을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11일 이 대통령과 회동한 뒤 박 대표가 결심을 내놔야 한다.

강주안 기자

장관직 받을까 말까
여의도 복귀 여의치 않자 입각 거부감 줄어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은 최근 주변으로부터 “입각을 타진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란 조언을 듣는다고 한다. 그와 가까운 한 수도권 의원은 9일 “예전엔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반박했는데 요즘은 묵묵히 듣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그는 “내 앞가림만 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끝나는 날까지 함께한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여의도’가 자신의 자리라고 여긴 셈이다. 입각설은, 자신을 여의도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여겼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하지만 근래 심경은 다소 복잡하다고 한다.

현실정치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은 까닭이다. 만약 박희태 대표가 사퇴해 9월 조기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그는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게 가능해진다. 일각에선 밀어붙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하지만 당내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 ‘9월 조기 전대=친박과의 전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아이디어는 박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비게 되는 최고위원 자리에 이 전 의원을 진출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이 전 의원이 냉소적이다. 친박계가 동의해 줄지도 변수다. 10월 재선거를 바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9월 중 나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법조계의 견해다. 그의 주변에서 입각설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내년 전대나 재선거 때까지 이 전 의원이 어정쩡하게 있도록 해선 안 된다”(한 초선 의원)는 주류 진영의 공감대 말이다.

고정애 기자

박·이 이슈 개입하나
고비 땐 확실한 입장 표명 … 목소리 낼지 주목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 왔다. “시끄럽게 만드는 게 도리가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할 말은 또 해 온 측면도 있다. 주류 측의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에 제동을 건 거나 미디어법안 처리 과정에서 목소리를 낸 게 그 예다.

그의 앞에 다시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의 양산 출마와 그에 따른 당 역학구도 변화 등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와 관련, “지금껏 단 한번의 언급도 암시도 없었다”(이정현 의원)고 한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오간다. 우선 친이-친박 간 화합을 위해 애써 온 박희태 대표의 양산 출마에 대해선 호의적일 것이란 견해가 앞선다. 반면 “친박 진영이 친박 무소속의 출마를 자제시켜 줬으면…” 하는 박희태 대표 측의 기대에 대해선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친박 성향의 당직자)는 쪽이 우세하다. 당 대표의 출마가 9월 조기 전당대회로 귀결될 가능성에 대해선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친박 의원의 입각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일”이라고 선을 그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가 이번에도 공개적인 목소리를 낼까. 이정현 의원은 “당헌·당규대로만 한다면 말할 게 뭐가 있겠느냐”고 했으나 다른 주장도 있다. 한 당직자는 “조기 전대가 무산된 것 등에서 보여지듯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이미 십분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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