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지도]2.가요…세계와 어깨 나누는 'J팝'

중앙일보

입력 1998.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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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요즘 일본에서 '가요' 란 말을 쓰면 옛날 사람으로 여긴다.

90년대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대중음악을 'J팝 (재패니즈 팝)' 으로 부른다.

미국팝에 뒤지지 않는 인터내셔널 뮤직이라는 자부심의 발로다.

사실 일본 대중음악의 품질은 세계적 수준이다.영화 '마지막 황제' 음악으로 아카데미상을 탄 사카모토 류이치, 1천억원을 벌어들인 상업음악의 귀재 고무로 데츠야로 대표되는 작.편곡력, T스퀘어.카시오페아등 퓨전재즈 스타들의 연주력은 미국인들도 감탄한다.

일본가요의 발전은 워크맨과 하이파이로 상징되는 일본 오디오 산업의 팽창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

오디오 업체들이 하드웨어시장을 넓히기 위해 음반산업에 뛰어든 것이 가요의 비약적 발전의 계기를 이뤘다.

일본의 메이저 음반사는 소니.도시바.파이오니어등 가전제품 업체들이 많다.

60년대부터 TV.라디오의 가요프로 CF를 몽땅 사들이는 방식으로 가요산업에 개입하다가 아예 음반사를 세운 것이다.

그 결과 일본가요시장은 연간 매출 5천억엔 (약5조원) 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세계1위 음반시장인 미국의 절반 규모며 3위 독일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은 일본의 5~10%선) .J팝의 일본내 위상은 대단하다.

일본영화와 비교해보면 매출액이 3배에 달하고 국민 생활에 밀착된 정도도 월등하다.

일본영화는 미국영화에 절대 약세지만 J팝은 미국팝을 4배 이상 추월하고있다.

66년 비틀스 내일 (來日) 공연을 통해 서구록을 일찌감치 흡수, 자기 스타일로 재창조한 일본인들은 (미국의 록 권위지 '롤링스톤스' 는 60년대말 '재팬록' 을 커버스토리로 실어 존재를 인정했다) 이제 록 바탕에 엔카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즐긴다.

아무로 나미에.스피드등 댄스계열 아이돌스타들이 2백만~3백만장씩 음반을 팔아치우는 뒤로 포크.발라드.블루스.테크노 계열도 수십만장씩 판매되는 다양성이 J팝의 특징이다.

'오다쿠 (매니어)' 문화와 개인의 자발적 기호를 찬양하는 '마이 붐' 사조에 힘입어 상상을 뛰어넘는 장르들이 개발돼있다.

일례로 멜로디가 전혀 없고 기괴한 기계음만으로 몇시간씩 '연주' 되는 '노이즈' 음악이 20년전부터 당당한 장르로 대접받고 있다.

일본 대중음악은 노이즈 같은 인디 (독립) 음악이 음반시장의 10%를 차지하면서 오버그라운드로도 쉽게 진출해 영양소가 되주는 게 큰 강점이다.

지난해 일본 최초로 음반판매고 5백만장을 넘긴 스타그룹 글레이도 인디록밴드 출신이다.

수백개에 달하는 지방.독립방송,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는 싱글시장과 투명한 유통망도 J팝의 든든한 배후다.

이 덕분에 공정한 차트집계가 가능하고 불법복제 음반은 발을 못붙인다.

그러나 세계화의 관점에서 보면 J팝은 한계도 있다.

언어의 장벽이 결정적이지만 노래 자체도 약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J팝 전문지 '이클립스' 발행인 이현재씨는 "구성이 아기자기하고 멜로디가 명료한 건 강점이지만 외국인에게 낯선 일본만의 이질적 정서가 공통적 문제점" 이라 말한다.

사실 60년대 사카모토 큐의 '위를 보고 걷자' 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 70년대 후반 핑크 레이디의 '키스 인 더 닥' 이 38위를 차지한 외에는 구미 팝시장에서 일본이 거둔 성과는 미미하다.

일본음악 평론가 신용현씨는 "엄청난 내수시장에 만족한 일본 음악인들이 국제화 노력을 게을리하는 측면도 있다" 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구미와 달리 대만.홍콩등 아시아권에서는 J팝이 여전히 인기다.우리 정서에도 맞을 부분이 많은 증거다. " 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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