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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종택 스테이'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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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그동안 굳게 빗장을 걸어 잠궜던 경북 안동의 종택이 일반인들에게 전통예절과 민속놀이 등을 배우는 체험장으로 활짝 개방됐다. 지난 1일 의성 김씨 종택마당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 등을 하고 있다. [안동=조문규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경북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군자마을.

"하늘~천, 따~지…." 광산 김씨 예안파의 종택(宗宅) 대청마루에서 아이들의 천자문 읽는 소리가 낭랑히 울린다. 학동은 부산 문학영재창작반 중학생들이다.

아이들은 서당 규정대로 처음엔 꿇어 앉았다가 책상다리 자세로 겨우 고쳐 앉아 훈장의 초성을 흉내 내며 음독을 익혔다. 한시간 수업이 끝나면 배운 것을 외는 시험이 기다린다. 이날 40여명의 학생은 서당 체험과 함께 옷고름 매기 등 한복 제대로 입기, 큰절.평절 등 전통예절도 익혔다.

군자마을은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돼 지금의 자리로 옮겨져 정자와 종택.사당.재실 등 20여채가 들어선 전통마을이다. 600여년 역사의 이 마을이 6월부터 선비정신을 전수하는 전통체험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동안 굳게 빗장이 쳐졌던 종택이 체험 명소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20일엔 안동시 법흥동 임청각(보물 제182호)도 전통체험장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이 집은 독립운동가로 1925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국가원수)을 지낸 이상룡 선생의 생가이면서 고성 이씨 종택이다. 조선 중기 99칸으로 지어졌지만 현재는 70여칸이 남았다. 안동시는 임청각의 방 10여실을 보수한 뒤 민박집으로 꾸몄다. 1일엔 서후면 성곡리의 안동 장씨 종택도 개방됐다. 조선 중기의 학자 장흥효 선생의 종택으로 입구(口)자 형식의 전형적인 영남 고가옥이다. 이 집은 전통음식 체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례예술촌과 수애당.농암종택도 오래 전 일반에 문을 활짝 열었다. 88년 문을 연 지례예술촌은 지난해의 경우 3300여명이나 투숙했다. 조선 중기 '어부사'를 지은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가인 농암종택도 지난해 5월 문을 열어 벌써 3000여명이 묵고 갔다. 안동지역엔 고가옥 전통체험장만 20여곳에 이른다. 숙박료는 보통 한 사람에 2만원 정도.

이에 따라 안동시는 종택 등 고택을 '선비정신' 체험장으로 정비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장차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올해만 종택은 물론 서원.정자.재사 등 42곳을 정비해 문을 열 계획이다.

시는 하회마을의 북촌댁과 도산면의 퇴계 이황 선생 종택, 풍천면 병산서원 등을 호텔급 전통체험장으로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김준식(66)안동문화원장은 "고택 체험이야말로 안동만이 내놓을 수 있는 관광상품"이라고 말했다.

안동=송의호 기자<yeeh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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