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섭 교장과 이기철 교감은 “이러다가는 3류로 전락한다”며 지난해 말 학교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경쟁력 추락의 원인을 찾기 위해 민간단체인 학교컨설팅연구회(회장 진동섭)에 진단을 맡겼다. 과제는 ‘학력 신장을 위한 기숙사 운영방안’. 전교생이 1000여 명인 이 학교는 2004년부터 60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를 운영해왔다. 성적 우수 학생만 뽑아 기숙사와 특강을 제공했지만 진학률이 신통치 않자 그 원인을 찾아본 것이다.
진단 결과는 냉혹했다. 이재덕 컨설턴트는 “기숙사 생활지도가 잘 안 돼 면학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특히 외부강사 특강 결강이 많고 프로그램도 체계적이지 못해 학생들이 겉돈다”고 지적했다. 처방은 단호했다. ▶사감이 매달 벌점 통계표를 작성해 담임과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강사 평가를 엄격히 하며 ▶민족사관고의 기숙사 모델을 따르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1학기 53%에 그쳤던 학생 만족도가 올해 1학기에는 84%로 상승했다. 고3 옥윤영(19)군은 “특강이 맞춤형으로 바뀌었고 분위기도 좋아졌다”며 “학원에 다닐 필요 없이 학교에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산제일고처럼 학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컨설팅을 받는 고교가 급증하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는 것처럼 학교도 전문가에게 진단을 맡기고 업그레이드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학교 다양화 300 정책’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마이스터고·기숙형 공립고가 전국적으로 생기고, 특목고·자율형 사립고·일반계고 간 학생 유치 경쟁이 본격화한 데 따른 현상이다.
경기도 포천시 일동고는 신임 교사의 강의 내용을 촬영해 문제점을 짚어주는 컨설팅을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교사들이 강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 수업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며 “선의의 경쟁의식도 생긴다”고 말했다. 전문계고도 예외는 아니다. 유한공업고(서울)와 부명정보산업고(부천)는 교원 평가 신뢰도와 대학 진학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처방을 받아 실행한 결과 학부모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교육개발원 학교컨설팅본부가 올해 초 컨설팅 의뢰를 받은 결과 전국 91개 학교가 신청했다. 학교컨설팅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진동섭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이 학교컨설팅본부를 설치해 올해부터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컨설팅 받으려면=핵심은 자율이다. 학교가 학교컨설팅연구회(www.schoolconsulting.net)나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를 하면 계약이 성립되며, 주제는 협의로 결정한다. 컨설팅비는 무료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든다. 신철균 컨설턴트는 “초반에는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하는 교사들이 많다”며 “학교와 교사가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김경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