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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황금 없는 황금 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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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한번 꼴로 찾아오는 윤달이 올해는 21일로 끝난다. 윤달은 가외로 더 있는 달이므로 부정을 타거나 액운이 끼이지 않는다고 알려져 집안 수리나 이사를 하고, 결혼을 하거나 집안 어른의 수의(壽衣)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황금실로 만든 수천만원짜리 '황금 수의'까지 등장했지만 올해는 '황금 없는 황금 수의'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청주의 한 한복ㆍ수의제작 전문점은 지난 5월 황금 실크 수의 한 벌을 700만원에 첫 판매했다.

◇‘황금 실’ 어떻게= 황금색 누에고치는 중국산 실크 수입, 뽕나무 재배지 감소, 농촌 고령화 등의 이유로 사양산업이 된 잠업을 농가 소득작목으로 키우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2006년 개발한 것이다. 이후 각 시도 잠사시험장에 신품종 누에고치를 보내 지역 산업에 맞는 제품을 만들게 했다.

황금색 누에고치를 개발한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강필돈 박사는 “원래 노란색 누에고치 품종이 있는데 크기가 작고 수량도 적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며 “염색체를 조작해 육성하는 방법으로 색이 밝고 크기가 큰 품종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충북 잠사시험장은 지난해 황금색 누에고치를 보은군 다섯 농가에 보급해 497kg의 누에고치를 수매했다. 올해는 880kg를 예상한다. 누에고치를 수매해 오면 이를 건조시켜 실켜기 작업을 한 후 원단으로 제작한다. 작업 기간은 한 달에서 한 달 반 가량이 걸린다.

황금 수의 한 벌을 만드는 데는 누에 30kg(생고치 기준) 정도가 든다고 한다. 흰색 누에고치에 비해 황금 누에고치의 크기가 약간 작고 견층의 두께는 얇아 양이 적다. 하지만 이 원단은 염색을 하지 않은 천연 실크로 특유의 황금 빛깔과 질감이 살아있어 고급스럽다는 평을 얻고 있다.

잠사시험장 한 관계자는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황금 수의로 보내드리려고 제작 주문을 의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황금 수의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값이 비싼 게 흠이긴 하지만 4000만원 정도 하는 실제 황금 수의에 비하면 경쟁력이 있다.

◇황금 한복= 충북 잠사시험장은 수의 이외에 황금 실크 한복과 배냇저고리 등도 상품화 할 예정이다. 이 지역에서 전통복식을 연구하는 ‘한복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지난해부터 잠사시험장의 도움을 받아 황금 한복을 만들고 있다. 이래진 대표는 “지난해 ‘한복 페스티벌’에 출품하기 위해 여자 한복을 간소화한 개량 한복과 파티복을 제작했었다”며 “현재까지는 샘플링 작업에 가깝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종류의 한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황금 누에고치의 보급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원단 값이 다른 실크에 비해 비싸다. 또 천연 실크기 때문에 빛바램이 단점으로 꼽힌다. 직사광선에 100일가량 노출되면 색이 점차 바래 미색을 띈다.

이지은 기자
사진제공:충북 잠사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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