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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대회 우승 이끈 안익수 여자축구 대표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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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안익수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유니버시아드 우승으로 성이 차지 않는 듯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도 있다”고 말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승리에 대한 집념도 뜨겁다. [김민규 기자]

1983년 늦가을. 문일고 2학년 안익수는 맹랑했다. 어느 대학에 갈지 고민하던 또래와 달리 그는 축구부 감독을 찾아가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며 테스트를 요구했다. 만약 축구부 문 앞에서 쭈뼛거리다 돌아섰다면 안익수(44)라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도,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 여자축구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쾌거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리프팅도 못하는 축구선수

고2 때 축구를 시작한다는 건, 고2 때 공부를 시작해 대학입시를 치르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이다. 그는 “처음 몇 년간은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발로 튕기는 것)도 못해서 후배들에게 라면을 사줘가며 배웠다”고 말했다. 열정을 높이 산 박화덕 당시 감독은 그를 숭실고로 전학시켰다.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한 팀이어서다.

고교 졸업 후 제일은행에 입단했지만 석 달 만에 그만뒀다. 성인 무대보다는 대학에서 좀 더 기량을 키우고 싶었다. 다시 책을 펴고 입시를 준비해 중앙대에 합격했지만 등록을 포기했다. “일반 학생으로 입학하면 축구부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를 받아준 곳은 인천전문대였다. 시험을 치고 들어갔지만 감독의 배려로 꿈에도 그리던 축구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오전·오후 두 차례의 팀 훈련과 별도로 안익수는 새벽과 야간에도 쉬지 않고 개인 훈련을 했다. 안 감독은 “그때는 반쯤 환각 상태였다”며 껄껄 웃었다. 기술과 기본기는 부족했지만 성실함으로 이를 이겨냈다. 안 감독은 “재능보다 열정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안익수는 상무를 거쳐 1989년 일화(현 성남) 축구단 창단 멤버가 됐다. 그보다 리프팅을 잘했던 고교·대학 동창 중에는 프로에 입단한 사람이 없다. 그는 일화의 K-리그 3연패(1993~95)를 이끌었고 국가대표로 뽑혀 94년 미국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공부를 멈추지 않는 지도자

98년 은퇴한 안익수는 2001년 축구지도자 자격증 중 최상급인 P급 코스를 수료했다. 조영증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장, 황보관 J-리그 오이타 부사장과 함께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요즘도 그는 P급 강습회가 열리면 “이보다 현대축구의 흐름을 더 빨리 간파할 수 있는 곳은 없다”며 강의실로 달려간다.

성남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6년 여자 실업팀 대교를 맡아 2년 연속으로 3관왕에 올려놓았다. 2007년 U대회에서 6위였던 한국 여자축구를 이번에는 정상으로 이끌었다. 조영증 센터장은 “안 감독은 열정, 분석 능력, 지도력, 성실함, 겸손함 등 많은 것을 두루 갖춘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훈련 때 그는 마치 강남 학원가의 족집게 강사 같다. 그는 왜 이렇게 뛰어야 하는지를 이해시킨 뒤 선수들이 몸으로 그것을 느끼도록 고래고래 목청을 높인다. 생활 태도에 대한 조언도 남다르다. “머리도 기르고 화장도 하라”며 축구 기술자가 아니라 균형 잡힌 생활인이 될 것을 주문한다.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2011년에는 독일 여자월드컵이,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이 있습니다.” 선수 때처럼 이번에도 만족하거나 멈추지 않을 기세다.

글=이해준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안익수는 …

-생년월일 : 1965년 5월 6일

-출신교 : 숭실고-인천전문대

-포지션(선수 시절) : 스토퍼

-K-리그 : 253경기 출전, 2골·3도움

- A매치 : 5경기 0골(1994년 2월 루마니아전 데뷔)

- 주요 선수 경력 : 1993·94·95년 K-리그 우승(성남), 94·98년 K-리그 베스트 11, 94년 미국 월드컵 출전

- 지도자 경력 : 성남 코치(99~2006년)-여자축구 대교 코치(2006)-대교 감독(2007년)-여자대표 감독(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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