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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정신·기술 미식축구 수비에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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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풋볼(NFL)에서 한국의 국기 태권도 바람이 불고 있다.

태권도 기술이 수비진의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각팀들이 잇따라 선수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와 가장 ‘한국적인’ 무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조합이 ‘환상의 커플’로 탄생하게 된데엔 파란 눈의 ‘김 관장’이 있어 가능했다.

클리블랜드에서 17년째 NFL 선수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조셉 김(40·사진) 관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이름만 보면 영락없는 한 인이지만 그의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전혀 흐르지 않는다. 금발에 파란 눈의 백인이기 때문이다.

태권도를 가르쳐준 사범이자 양아버지인 김명환 관장(2000년 작고)의 성을 따르면서 그는 김씨가 됐다.

미식축구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던 김 관장과 NFL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1990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 동메달을 차지하고 전미대회서도 2차례나 우승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공인 7단의 실력자.

“92년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해 고향 클리브랜드로 돌아온 저를 지역신문이 인터뷰했어요. 그 기사를 본 클리브랜드 브라운스 선수들이 태권도를 가르쳐 달라며 절 찾아왔죠.”

이 소식은 곧 당시 브라운스의 수석코치였던 빌 벨리키치(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수석코치)의 귀에 들어갔다. 호기심이 생긴 벨리키치 코치는 김 관장을 클럽하우스로 초청했고 김 관장은 그 자리에서 평소 생각해온 태권도와 미식축구의 접목을 제안했다.

“근접 전투시 태권도의 손기술과 발기술,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권도 정신이 미식축구의 수비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벨리키치 코치는 즉석에서 김 관장에게 수비 자문역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이후 김 관장은 97년까지 총 5시즌 동안 브라운스의 수비진에 패스-러시(라인맨들이 쿼터백을 쫓아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게 만드는 것) 상황에서 도움이 될 다양한 태권 기술들을 교육했으며 이는 브라운스 수비진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브라운스의 성공사례는 곧바로 NFL 전체의 호기심으로 번졌고 여러 팀들이 그에게 수비 자문직을 제안해오기 시작했다. 이후 김 관장은 댈러스 카우보이스(98), 브라운스(99~2000), 마이애미 돌핀스(2001~2004, 2006), 그린베이 패커스(2005), 덴버 브롱코스(2007), 버팔로 빌스(2009) 등 총 6개 팀의 수비진 자문역을 맡았다. NFL 전체가 태권도 교육의 성과를 인정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양아버지인 김명환 관장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했다. 김 관장과 그의 어머니 베르난테트는 74년 결혼했다.

“아버지는 늘 자신이 한인임을 자랑스러워하셨죠. 나도 그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내가 물려받은 것은 단순히 성인 ‘김’이 아니라 한국의 정신이에요.”

그의 이런 마음은 80년대 후반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연습경기를 위해 3주간 한국을 찾았을 때 더욱 굳세졌다.

“장구한 역사가 살아있는 아버지의 땅을 방문해 당시 많은 것들을 배웠죠. 한국은 지구상에서 최고의 문화를 가진 나라예요.”

그는 자신의 태권도를 통해 한국의 정신이 세계 곳곳에 퍼지길 꿈꾸고 있다. “아버지께서 강조하신 ‘칠전팔기’의 정신은 아마도 평생 제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

LA지사=문진호 기자 jhmo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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