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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삶의 향기

말 한마디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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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천재적인 발명가 에디슨이 초등학교 때 저능아로 취급받고 퇴학을 당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에디슨은 큰 성공을 거둔 뒤 기자들로부터 그 비결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주저 없이 모든 공을 어머니에게 돌렸다. 학교에서 쫓겨난 아들을 어머니는 오히려 격려해 주었다. “실망하지 마라. 너는 상상력도 풍부하고 호기심도 많은 아이란다. 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나는 네가 꼭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고 믿는다.”

구제불능으로 낙인찍혀 학교까지 쫓겨난 아들에게 어떻게 그런 격려의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어린 아들의 천재성을 이미 발견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에디슨은 어머니의 말씀을 평생 마음에 담아 두었다. 그래서 99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100번째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무조건 믿어 주고 사랑해 주는 것처럼 큰 힘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때 어머니가 ‘너는 왜 만날 그 모양이냐’는 꾸중을 했다면 위대한 발명가 에디슨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말을 하고 또 듣는다. 그래서 매일 같이 하는 말이 너무 익숙하기에 가끔 말의 힘과 영향력을 잊기 쉽다. 그러나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간 활동의 근원으로 몸 안에 간직하고 있는 힘을 에너지라고 한다면 사람이 하는 말도 일종의 에너지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머릿속 생각이 입 밖 소리로 나오면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시간이 지나도 소멸되지 않고 우주 어디엔가 보존되어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말이라고 함부로 할 수 없는 까닭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칼의 상처는 아물어도 말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는 몽골 속담도 있다. 성경은 “지혜로운 이들의 혀는 지식을 베풀지만 우둔한 자들의 입은 미련함을 내뱉는다”(잠언 15장 2절)고 한다. 무심코 한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희망과 용기를 발견하게 할 수도 있다. ‘침묵은 금’이라는 옛말도 있다. 말을 신중하게 하라는 고언이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현대인들은 무조건 침묵만 할 수는 없으니 말을 하기 전 그 힘과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야 하겠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말, 상대에게 희망을 주고 격려하는 말을 한다. 반대로 실패한 사람들은 질책하고 원망하는 말, 포기하고 핑계 대는 말을 많이 한다.

말 때문에 오래 쌓아온 공든 탑이 한번에 우르르 무너지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실수와 잘못이 말에서 비롯된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혀를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어떤 이는 말하는 것을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에 비유한다. 좋은 열매와 고통의 열매는 전적으로 자신이 뿌린 말의 씨앗 때문이란 것이다. 오늘 아침, 어떤 말로 하루를 시작했는가?

허영엽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약력=가톨릭대 신학대학원 졸업, 서울 구파발·가좌동 성당 주임신부, 저서 『지혜로운 삶을 위한 묵상』 『신부님, 손수건 한 장 주실래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