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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48> 반도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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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한 직원이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사용할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미국의 벨연구소가 1948년 ‘20세기를 뒤흔들 만한 제품’이라고 흥분하며 기자회견을 자청했을 때 언론의 반응은 썰렁했다. 그 전해 12월에 이 연구소의 존 바딘 등 세 과학자가 발명한 트랜지스터라는 반도체였다. 손톱만 한 원통 몸체에 다리가 셋 달린 기이한 모양의 전자부품에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로부터 60여 년 만에 반도체는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끄는 현대 ‘마법의 돌’이 됐다.

김창우 기자

언제 만들어졌나
1947년에 첫 개발 … 손톱만 한 원통에 다리가 셋

반도체는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성질을 두루 갖춘 물질이다. 의도한 대로 전기를 통하게 하거나 끊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늘날의 반도체는 실리콘(Si)을 녹여 만든 원반 모양의 웨이퍼로 만든다. 반도체의 원형은 진공관에서 찾을 수 있다. 진공 전구 안에 금속조각 두 개를 넣고 한쪽에 전기를 연결하면 극성에 따라 다른 쪽으로 전류가 흐르거나 차단되는 효과를 이용한 부품이다. 진공관을 이용한 컴퓨터·라디오·TV 등이 잇따라 탄생했다. 하지만 부피가 크고 전기를 많이 먹는 만큼 열도 많이 났다. 그래서 이를 대체하는 트랜지스터가 출현했다.

트랜지스터와 저항·콘덴서 같은 부품을 하나로 모아 놓은 반도체를 집적회로(IC·Integrated Circuit)라고 한다. IC가 나온 이후 반도체의 역사는 같은 크기의 기판에 얼마나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심느냐 하는 경쟁의 기록이다. 46년 최초의 컴퓨터라는 애니악이 나왔을 때 반도체 역할을 하는 진공관이 무려 1만8800개가 들어가 있었다. 무게는 30t에 달했고 오늘날 가정용 에어컨 100대의 전기 사용량과 비슷한 120㎾를 소모했다. 그로부터 60년 뒤 만들어진 미국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는 2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우표 하나 크기의 기판에 모았다. 전력 소모는 100W 안팎에 불과하다. 집적도는 10만 배로 높아진 반면 전력 소모는 100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우리가 갖고 다니는 MP3플레이어·PMP에서 노트북·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자제품이 반도체 없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랜지스터 크기와 회로 폭을 줄여야 한다. 65년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반도체의 집적도는 24개월마다(나중에는 18개월로 수정) 두 배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무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2002년 삼성전자의 황창규 당시 사장은 “반도체 부문의 성장은 앞으로 플래시메모리가 이끌 것이다. 반도체의 집적도 역시 1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그는 2007년까지 자신의 주장을 입증했다. 그래서 ‘메모리 신성장론’ ‘황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회로 폭이 30나노미터(nm·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인 플래시메모리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인텔은 지난해부터 40나노급 프로세서를 팔고 있다.

반도체 미세 공정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평이다. 실리콘 대신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 반도체가 다음 세대를 이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양자 컴퓨터와 단백질 메모리 등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반도체를 대신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떤 종류가 있나

반도체는 보통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눈다. 메모리 반도체에는 데이터 저장용으로 주로 쓰이는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이 있다. ‘시스템 LSI(대규모 집적회로)’라고 불리는 비메모리는 컴퓨터용 프로세서나 디지털카메라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CIS)처럼 특정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총칭한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불과해 요즘은 시스템LSI를 비메모리보다 시스템반도체(SoC)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338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미국의 프로세서 제조업체 인텔이 이 분야 시장점유율 13.1%로 세계 1위다.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강자 삼성전자(169억 달러)와 일본 도시바·미국 TI(110억 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데이터 저장장치로 쓰여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D램은 휘발성 메모리다. 전원이 끊기면 저장된 데이터가 사라진다. 대신 동작 속도가 빨라 대용량 데이터를 순식간에 읽고 쓸 수 있다. 주로 PC의 주기억 장치로 쓰인다. 지난해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합쳐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밖에 일본 엘피다, 미국 마이크론 등이 대형 업체에 속한다.

플래시메모리는 낸드형과 노어형이 있다. 최근에는 용량이 큰 낸드형이 주류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는 D램보다 느리지만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그대로 보존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 등 제품에서 사진이나 음악 등을 저장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삼성전자·도시바·하이닉스 등이 이 시장의 80% 이상을 점한다. 2~3년 전 파워칩·난야 등 대만 업체들은 ‘타도 한국’을 앞세우며 일본 엘피다와 손잡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세계적 경기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새 심할 경우 10분의 1까지 폭락했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매출액에 맞먹는 규모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감산에 들어갔다.

제조업체들은 근래 속도가 빠르면서 비휘발성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 P램은 이미 일부 상용화에 성공했고 M램·STT램·Z램 등도 유력한 대안이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을 하나로 모은 퓨전메모리도 인기다. 여러 개의 칩을 한 개로 대신할 수 있어 휴대전화처럼 소형화가 필요한 모바일 기기 분야에 널리 쓰인다. 삼성전자의 원낸드, 하이닉스의 DOC 등이 대표적인 퓨전메모리다.

시스템LSI
PC 중앙처리장치, 디카 이미지 센서 …

메모리 반도체는 수조원을 들여 생산라인을 갖춘 다음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낸다. 이에 비해 PC용 프로세서를 제외한 시스템LSI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기본이다. 각종 전자제품에는 다양한 반도체가 쓰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시스템LSI 제품은 PC용 중앙처리장치(CPU)다. 미국의 인텔과 AMD가 강세를 보인다. 미국의 암(ARM)이 우위를 보이는 모바일용 프로세서, 일본 캐논·소니 등이 주도권을 쥔 디지털카메라용 이미지센서(CIS), 삼성전자 등이 많이 생산하는 디지털TV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도 비메모리의 주요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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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만드나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실리콘에 회로를 새기고 구리선을 연결하는 전(前) 공정과 성능을 점검하고 불량품을 걸러내는 후(後)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실리콘으로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웨이퍼를 만들고 여기에 새길 회로를 설계하는 것도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공정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밀도가 높은 반도체를 만들려면 청정실을 잘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1. 재료와 설계도 준비 - 수백 층 높이 건물 설계와 비슷한 정밀도

웨이퍼는 원통형의 실리콘(Si) 덩어리를 CD 모양으로 얇게 자른 것이다. 예전에는 지름 200㎜(8인치) 제품이 주로 쓰였으나 2~3년 전부터는 300㎜(12인치) 제품이 주종이다. 실리콘은 지구상에서 흔한 물질인 데다 비교적 높은 온도(섭씨 200도)에서도 상태가 안정적이라 반도체 재료로 애용된다. 14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인 실리콘을 원통형으로 굳힌 뒤 얇게 자른 웨이퍼는 300㎜ 한 장 값이 20만원에 달한다. 이를 가공할 때 반도체 칩을 많이 만들어낼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

같은 웨이퍼로 많은 칩을 만들려면 칩 크기가 작아야 한다. 또 집적도가 높은 칩일수록 값도 비싸다. 이런 제품을 만들려면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손톱만 한 칩에 장착할 수 있도록 회로를 설계해야 한다. 수백 층 높이의 건물을 설계하는 것과 비슷한 정밀도라고 한다. 이런 복잡한 설계도는 15㎝ 크기의 포토마스크를 통해 실리콘 칩에 새긴다. 포토마스크는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설계를 잘할수록 포토마스크 숫자를 줄일 수 있어 공정이 단순해지고 불량 비율도 낮출 수 있다.

2. 칩 제조 -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먼지도 관리 대상

반도체 칩을 만드는 건 에칭 판화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우선 확산(Diffusion) 공정을 통해 칩에 박막(Thin film)을 겹겹이 입힌다. 여기에 노광(Photo)을 통해 설계도를 그린다. 설계도를 새긴 포토마스크를 칩 위에 올려놓고 레이저로 회로를 새기는 것이다. 다음으로 식각(Etch) 공정에선 회로 이외의 필요 없는 부분을 녹여낸다. 이를 세정(Cleaning)하면 원하는 회로 한 단이 만들어진다. 기본적으로 반도체는 이 같은 다섯 가지 공정을 수백 번 반복해 완성품이 된다. 최신 제품은 회로 폭이 3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하다(이렇게 수백 단을 쌓아 올리기에 집적회로(集積回路·IC)라고 한다).

미세 회로를 다루는 작업이 거듭되기 때문에 청정실(클린룸)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 한 톨 때문에 불량이 날 수도 있다. 최신 반도체 생산라인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피트(30㎝)인 정육면체 안에 0.1미크론(1㎛=100만분의 1m=1000㎚) 크기의 먼지가 한 톨 이하 들어있어야 한다. 이를 ‘클래스1’이라 부른다. 보통 사람 머리카락 굵기가 100㎛ 정도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먼지까지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3. 후공정 - 전자제품 기판과 통하도록 선 연결

이 같은 제조과정을 마치면 원반 모양의 웨이퍼 위에 수백 개의 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태가 된다. 이를 잘라낸 후 전자제품의 기판과 연결할 수 있는 선을 연결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에 보호 케이스를 씌우는 등의 패키징 공정을 거친다. 이들 칩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검사하고 어느 정도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등의 테스트 과정도 이어진다. 여러 칩을 모아 특정 용도에 맞도록 묶어주는 모듈화 작업을 따로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나 프로세서 등은 모듈화까지 마친 최종 완성품이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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