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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소녀들까지 껴안아” vs “오히려 흑인 이미지 비하 우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9호 12면

12월 개봉 예정인 디즈니의 새 만화영화 ‘공주와 개구리(The Princess and The Frog)’를 둘러싸고 미국이 시끄럽다.

미국 디즈니 만화에 데뷔한 ‘흑인 공주’

우선 흑인 공주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화제다. 1937년 하얀 피부에 검은 눈을 가진 백설공주를 세상에 선보인 지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디즈니의 흑인 공주다.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는 모두 백인이었다. 인디언 처녀 ‘포카혼타스’, 아시아의 심지 굳은 소녀 ‘뮬란’ 등이 주인공인 영화도 있었지만 공주는 처음이다. 대중문화가 동시대인들의 의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미셸 부부의 등장과 맥을 같이 한다.

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 미국 뉴올리언스다. 여자 주인공 ‘티아나(사진 오른쪽)’는 식당 종업원이다. 언젠가 자신의 식당을 여는 꿈을 꾸고 있다. 티아나는 개구리로 변한 왕자 ‘나빈’에게 키스했다가 자신도 개구리가 돼 버린다. 나빈과 티아나가 마법을 풀기 위해 모험을 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동화 ‘개구리 왕자’를 원작으로 한다.

디즈니는 최근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에센스’지의 엔터테인먼트 디렉터 코리 머레이는 “마침내 모든 소녀들을, 특히 흑인 소녀들을 껴안을 수 있는 만화 영화가 나타났다. 외모가 어떻든 아름다운 공주도 될 수 있고, 영부인도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난도 만만치 않다. 흑인 이미지를 개선하기는커녕 비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첫째, 개구리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왕자의 모습이 흑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흑인 공주 ‘티아나’에 비하면 개구리 왕자 ‘나빈’의 피부색은 훨씬 연한 갈색이다. 이에 따라 “흑인 남자는 왕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영화의 배경이 1920년대 뉴올리언스라는 것도 논란거리다. 뉴올리언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본 곳이며, 흑인들의 빈민가가 밀집해 있다.

주인공 친구들의 캐릭터에 대한 비판도 있다. 디즈니 영화에는 항상 주인공의 모험을 돕는 익살맞은 동물 친구가 등장하는데 이번엔 악어와 파리다. 영화에는 부두교(정령을 숭배하는 민간신앙)의 의식도 등장한다. “뉴올리언스·악어·파리·부두교가 어울린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윌리엄 블랙번은 런던 데일리텔레그래프에서 이렇게 반문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제작자 델 베초는 “뉴올리언스는 진정한 문화 용광로”라며 “다채로운 과거와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삼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인종차별적이며 성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디즈니는 이번 영화를 계기로 비판 여론을 걷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디즈니 측은 “우리는 책임감 있게 영화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주의 깊게 숙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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