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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비부비’는 삼가세요

중앙일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최근 일부의 퇴폐문화로 논란거리가 되었던 젊은이들의 클럽은 ‘부비부비춤’이 대명사로 통한다. 남녀가 몸을 비비는 춤으로 관심을 표하고, 상대의 호응 여부를 보고 맘에 드는지 판단한다고 한다. 필자는 젊은이의 부비부비춤을 보면 몇 달 전 만났던 한 부부의 사연이 떠오른다.

“박사님, 이게 누구 탓인지 제발 좀 가려 주세요.”

결혼 3년차 J씨의 아내는 무척 격앙된 목소리로 요구했다. 이에 질세라 J씨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생사람 잡아도 유분수지, 아내는 제가 나쁜 짓 했다고 몰아세웁니다요.”

자초지종을 들어본 즉, 최근 성행위 후 J씨 아내는 가려움증과 분비물 이상 증세를 보였고, 곧 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치료를 받고 좋아졌는데 성행위를 하면 질염이 계속 재발했다. 결국 아내는 J씨의 외도를 의심했다. 반면, 전혀 외도한 적이 없는 J씨는 아내가 사고를 쳐놓고 잘못을 모두 자신에게 덮어씌운다고 항변했다.

검진 결과 다행히 부부 모두 심각한 성병은 없었지만 J씨 아내에게선 세균 감염에 따른 질염이 확인되었다. 이에 찬찬히 그들의 성생활을 훑어보니 문제는 잘못된 습관에 있었다. 즉 J씨 부부는 전희 과정의 막바지 삽입 직전에 서로 성기를 거칠게 비비곤 했다. 특히 아내의 가장 강력한 성감대가 클리토리스이기에 J씨는 클리토리스를 중심으로 자신의 성기를 비벼 아내를 흥분시켜 왔다. 아내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다 보니 더 거칠게 비벼댔고, 그 범위도 클리토리스 중심에서 질 입구, 심지어 회음부를 지나 항문 부위까지 자신들도 모르게 마찰자극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항문 주변부에는 대장균 등 잡균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J씨가 아내의 항문 주변부에 닿았던 성기를 그대로 질 속으로 삽입하면서 각종 균을 고스란히 질 속으로 전달했던 것이다.

이런 잡균 감염에 따른 질염이나 요도염은 다른 이유로도 발생한다. 서투른 성생활 초기에 질 입구를 제대로 찾지 못해 본의 아니게 항문에 닿는 경우도 많고, 발기부전의 남성이 삽입에 필요한 강직도가 충분하지 못해 질 입구에서 헤매다 보면 그럴 수 있다. 또 다른 체위에 비해 후배위를 시도할 때 이런 문제가 생길 확률은 높다. 그렇다고 후배위는 위험하니 피해야 한다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이 외에도 카섹스 등 청결관리를 제대로 못한 채 좁은 장소에서 성행위를 하다 보면 성기가 엉뚱한 곳에 닿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성행위 전 성기나 항문 주변부를 청결하게 씻는다면 이런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J씨 부부처럼 너무 거칠게 비벼대다 보면 위험성은 커진다.

사실 훨씬 더 위험한 것은 불건전한 성행위 때다. 혹자는 삽입시 콘돔만 끼우면 안전할 것이라 믿지만 그렇지 않다. 어느 한쪽이 성병이 있다면 흥분 상태의 분비물에도 성병균이 존재하기 때문에 삽입 전에 성기를 비비는 행위만으로도 얼마든지 성병은 감염될 수 있다.

성병이 없는 남녀 사이라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부비부비’ 부부의 사연처럼 거칠게 성기를 비비는 행위는 조심하는 것이 위생적으로 현명하다. 아무리 흥분된다고 하더라도 너무 거칠게 성기를 ‘부비부비’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강동우ㆍ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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