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 즐겨읽기] 혼음 파티 동영상 들고 찾아온 협박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어소시에이트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문학수첩, 432쪽
1만2000원

그리샴이 돌아왔다. 1991년 발표한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원제: The Firm) 이후 신작마다 초판만 200만부를 찍는다는 바로 그 작가다.

실제 형사변호사로 10년 가까이 일한 전문가답게, 그는 해박한 법률지식과 꼼꼼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법정스릴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여기에 인종차별· 대기업의 횡포· 환경문제 등을 솜씨있게 버무려 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의 22번째 작품인 이 소설의 주인공은 명문 예일대 법대의 학회지편집장인 카일 맥어보이. 출세가 보장됐음에도 졸업 후 지방 소도시에서 이주노동자를 돕는 공익변호사 활동을 계획할 만큼 반듯한 젊은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긴다. 변수가 아니라 날벼락이다. 베니 라이트라는 악당이 대학 시절 혼음 파티에서 찍은 동영상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이것이 공개되어 성폭행 재판에 연루되면 유무죄에 관계 없이 일생이 엉망이 될 판이다.

베니는 카일을 협박한다. 졸업 후 바로 세계 최대의 법률회사 스컬리 앤드 퍼싱에 취업하라는 지시다.(연봉 3만 여 달러 일자리를 버리고 연봉 20만 달러를 주는 회사에 가라니 협박치고는 참 부럽긴 하다.) 8000억 달러가 걸린 군사기밀 소송과 관련된 기업비밀을 빼내기 위해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카일은 협박에 따른다. 어소시에이트 변호사, 즉 지분 없이 월급을 받는 법률회사 소속 변호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가시밭길이다. 업무 강도는 살인적이고, 베니 일당의 압력이 갈수록 거세진다.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살인도 불사할 정도다. 카일은 첩보용품 전문점을 드나들고, 탐정소설을 뒤적이면서 이에 맞설 방안을 모색하는데….

그리샴의 작품을 크게 문제의식 중시와 대중성 위주로 나눈다면 이번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해외언론은 “초기 히트작들에 가까운 액션-서스펜스 플롯을 선보인다” 라는 등 호평 일색이다. 히트작과 비슷한 플롯에 걸맞은 흡인력이 있느냐는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지만,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악당 칼 트루도의 손을 들어주었던 전작 『어필』에서 2% 아쉬움을 느꼈던 이들은 일단 ‘갈증’을 풀 수 있을 듯하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