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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낮잠자는 청소년보호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청소년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청소년보호법이 시행 1년도 채 안돼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 법은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고 흉포화되면서 큰 사회문제가 되자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었다.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 본드와 부탄가스 등 환각물질을 팔아서는 안되며 음란간행물은 반드시 포장판매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의 골자다.

또 각 방송국은 청소년 유해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청소년 시청불가 마크를 화면에 표시하도록 돼 있다. 시행 직후에는 대대적인 캠페인과 함께 강력한 단속이 병행돼 법제정 취지가 살아나고 청소년보호의식이 확산되는 듯했던 것이 사실이다.

주택가 구멍가게나 주점, 유흥.숙박업소 등에서는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판매하거나 출입시키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파는 것은 예사가 됐다.

또 남녀 고교생을 주고객으로 하는 소주방.록카페 등이 '청소년 탈선 해방구' 역할을 하며 성업중이라고 한다. 이밖에 청소년을 접대부나 삐끼로 고용하는 유흥업소도 흔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어른들의 마비된 양심과 얄팍한 상혼이다. 지난달 단란주점을 경영하는 초등학교 교사가 가출 여중생을 접대부로 고용했다 적발된 사건이 좋은 예다.

어느 슈퍼마켓 주인은 고교생에게 꼬박꼬박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다 매상 격감은 물론 주위 가게의 비웃음거리가 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지속적으로 단속과 계몽.홍보를 펴는 것도 중요하다.

위반행위는 훨씬 늘었는데도 적발 규모가 지난해 법제정 직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은 단속의지가 그만큼 느슨해졌다는 의미가 아닌가. 또 단속공무원이 탈선의 온상인 대형업소는 외면하고 잔챙이만 적발한다는 영세업소 주인의 불평불만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청소년보호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뜻깊은 투자다. 자기 자식이 비뚤어지는 것을 바라는 부모는 결코 없다. 개인과 가정, 사회가 모두 눈앞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청소년보호법이 생활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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