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alkHolic] “몸에 맞는 자전거 타는 법 가르쳐 드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9면

“옷이 몸에 맞지 않으면 옷맵시가 나빠집니다. 하지만 자전거가 몸에 맞지 않으면 몸이 망가집니다.”

앤디 프루트(右) 박사가 사이클 선수들에게 허리를 보호해주는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메디컬센터 창립자이자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앤디 프루트(59) 박사는 ‘몸에 맞는 자전거 타기’를 강조한다. 그는 “우리 몸은 걷기나 달리기에 적합하게 설계돼 있어 자전거와 몸을 맞추는 과정을 거쳐야 건강에 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30년 동안 자전거를 연구한 프루트 박사를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자전거, 내 몸에 맞춰라’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프루트 박사는 14세 때 아버지와 사냥을 나갔다가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릎 아래에 의족을 처음 끼던 날 그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말을 들었다.

“넌 절대 평범해질 수 없다.” 의족기공사가 14세 소년에게 위로하며 말을 건넸다. 프루트 박사는 “위로의 뜻으로 건넨 말이지만 그 말을 듣고선 몸을 움츠릴 수가 없었다”며 “평범한 사람보다 더 운동을 잘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기억했다. 프루트 박사는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연습을 했다. 고교시절 레슬링·높이뛰기 등 12개 종목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그는 38세의 나이로 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에 미국 사이클 대표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는 1980년 콜로라도 대학에서 스포츠 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때부터 선수가 아닌 의사로서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됐다. 92년부터 4년 동안 미국 사이클 국가대표 수석 주치의로 일했다. 임상적으로 경험이 쌓이면서 유명해지자 고환암을 극복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 같은 유명선수가 그를 찾아와 자전거 잘 타는 법을 배워갔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모아 그가 개발한 것이 ‘보디 지오메트리 핏(Body Geometry Fit)’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자전거 타는 자세를 과학적으로 측정해 근육의 힘을 효과적으로 자전거에 전달하고 부상 위험을 줄여준다.

예를 들어 허리를 다치지 않으려면 안장에 앉았을 때 허리가 곧게 펴져야 한다. 그러려면 안장과 핸들의 높이를 몸에 맞춰야 한다. 또 발바닥 앞 부분(발의 볼이 가장 넓은 부분)으로 패들을 밟아야 힘이 적게 들고 힘을 더 많이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음부가 닿는 안장 부위에 구멍이 있으면 발기부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프루트 박사는 “몸에 맞지 않는 자전거를 일주일에 4시간 이상 타면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몸에 맞는 자전거는 얼마든지 타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보다 일반인들을 도울 때가 더 즐겁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지는 못해도 생활방식을 바꿔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자전거 세계일주를 할 생각은 없느냐는 마지막 물음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 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더 자전거를 잘 타게 만들겠어요.”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