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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혼 살리는 불황의 역설 젊은 작가들 실험정신은 마르지 않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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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호 05면

1 아르헨티나 작가 토마스 사라체노가 만든 설치공간. 3차원 거미줄 공간을 헤집고 가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사진=로이터] 2 칠레 국가관에 마련된 이반 나바로 작가의 ‘Death Row’. [사진=로이터]3 폴란드 국가관에 마련된 크르쥐스토프 워디즈코의 비디오 설치물 ‘Guests’. [사진=로이터]

“2007년 상업적 편향성에 대한 반동”
당초 공장 건물로 쓰였던 아르세날레의 거대한 벽돌 건물 속으로 들어가면 우선 브라질 작가 리지아 파페(1927~2004)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암흑에 대한 적응을 마친 관람객의 눈은 이제 가녀린 조명 속에서 비처럼 쏟아지고, 빛처럼 붙타오르는 미세한 철사의 세계를 응시한다.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가다

두 번째 방에는 22개의 거울이 깨어진 채 전시돼 있다. 이탈리아의 작가 미켈란젤로 피스토레토의 ‘Twenty two less two’다. 그는 비엔날레 둘째 날 직접 거울을 깨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아프리카 생활상을 고스란히 옮긴 듯한 파스칼 마르틴 타유의 공간은 원목과 원색이 공존하고 있었다. 비디오ㆍ퍼포먼스 예술가인 미국의 조앤 조나스(Joan Jonas·73)의 ‘리딩 단테’도 눈길을 끌었다. 단테의 ‘신곡’을 스크린과 거울 등의 비주얼 이미지와 내레이션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4 거울을 깨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이탈리아의 작가 미켈란젤로 피스토레토. [사진=AP]5 아부다비 국가관 설치물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로이터]6 일본의 사진작가 미와 야나기의 그로테스크한 여성 사진 ‘Windswept Women’. [사진=AP]

본전시에 참가한 한국 작가는 한국관을 장식했던 재독 설치작가 양혜규(38)와 재영 설치작가 구정아(41)였다. 양혜규는 블라인드와 전구를 이용한 설치물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시리즈를 통해 따스한 일상을 재현했다. 옛 이탈리아관 입구 잔디밭에 설치된 구정아의 작품은 처음에는 제대로 찾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잔디 곳곳에 반짝이는 유리보석을 박아 놓은 것이었다. 옛 이탈리아관 자리에서 열린 자르디니 본전시에서는 아르헨티나 작가 토마스 사라체노의 거미줄 같은 것이 잔뜩 쳐진 설치 공간이 단연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은 몸을 숙이고 줄을 걷어 가며 작품 속에서 작품이 되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올해 비엔날레의 경향에 대해 영국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이지윤씨는 ‘불황의 이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989년 미국 불황, 1999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비엔날레 작품이 좋았던 것처럼 올해도 30~40대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신선한 작품이 대거 등장했다”며 “이는 2007년 비엔날레의 상업적 편향성에 대한 반동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본전시 참여작가 중 최고의 작가에게 수여되는 황금사자상은 독일의 토비아스 레베르거가 차지했다. 젊은 작가에게 수여되는 은사자상은 스웨덴의 젊은 설치미술가 나탈리 뒤르버그가 받았다.

7 이집트 국가관에 마련된 조형물. [사진=정형모 기자]8 양혜규 작가의 설치물. [사진=정형모 기자]9 중국 국가관 뒤편 정원에 마련된 설치물. [사진=정형모 기자]

현대미술 부각 나선 러시아.아랍권
올해 77개국이 참가한 국가관에는 몬테네그로와 가봉,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의 섬나라 코모로, 아랍에미리트(UAE)가 새롭게 참여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는 프레스센터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기자들에게 프레스 키트가 담긴 가방을 내밀며 자신들의 국가관을 꼭 찾아 달라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베니스 시내에서 가장 큰 아카데미 갤러리에 자국관을 선전하는 거대한 광고물을 덧씌운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였다. 밀라노에서 17년째 거주하며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민정씨는 “최근 러시아나 아랍권이 국가의 상징이 부를 넘어 문화로 수렴되고 있다고 판단, 전방위적으로 문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비엔날레에서 자국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이들의 노력이 두드러진다”고 들려주었다.

사람들 사이에 가장 화제가 된 곳은 서로 연결된 덴마크와 노르웨이 파빌리온이었다. 미카엘 엘름그린과 잉가 드라그셋이 공동으로 선보인 이곳은 게이 남성이 사는 집을 형상화했다. 관람객들은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집안을 구경하다가 마당 수영장에 익사한 채 떠 있는 남성 인형을 보면서 묘한 아이러니를 느꼈다. 또 폴란드 국가관에 마련된 크르쥐스토프 워디즈코의 비디오 설치물 ‘Guests’도 눈길을 모았다. 건물 벽면과 천장에 설치된 비디오 설치물은 사람들에게 마치 간유리 밖 세상을 보여 주는 듯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독일은 전방위 예술가 리암 길릭을 대표로 내세웠고 일본은 사진작가 미와 야나기의 그로테스크한 여성 사진 ‘Windswept Women’으로 승부했다.
유명한 개념미술가 브루스 나우먼을 내세운 미국관은 전시 내내 사람들로 끊이지 않았으며, 결국 국가관 최고 영예인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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