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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강희종씨,복지시설 돌며 자장면 대접 7년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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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5일 오전 10시 경기도 포천군 군내면 중복장애인 수용시설 '남사랑선교재활원' 에 강희종 (姜熙鐘. 47. 서울 양천구 신정5동) 씨가 모는 봉고차가 들어서자 아이들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인 姜씨는 자원봉사자 2명의 도움을 받아 챙겨온 자동제면기 등을 마당에 설치하고 익숙한 솜씨로 면을 뽑아내 30여명의 원생들에게 자장면을 대접했다.

姜씨는 7년전부터 이처럼 전국 40여군데의 보육원과 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1주일에 2~3회씩 방문, '자장면 봉사' 를 하고 있다. 남사랑선교재활원 박영숙 (朴英淑.39.여) 원장은 "그는 자장면 천사예요. 자신이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면서도 한달에 한번씩 찾아와 만들어주는 자장면은 맛도 일품이지만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고 말했다.

姜씨가 사회복지시설을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81년. 80년 봄 불의의 사고를 당해 휠체어 신세를 지는 3급장애인이 된 그는 깊은 절망감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세번씩이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마침 병원을 방문한 한 목사로부터 "이 세상에는 당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요" 라는 말에 감동, 남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병상을 떨치고 나온 姜씨는 81년 서울관악구난곡동에 구두수선점을 연 뒤 8년동안 목발을 짚고 가까운 복지시설을 1주일에 한번씩 방문, 우산.운동화.가방 등을 수선해 줬다.

복지시설을 방문할 때마다 "자장면을 먹어보는 게 소원" 이라는 얘기를 들은 姜씨는 92년 중국집 주방장을 찾아가 자장면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기계도 구입했다. 이후 봉고차를 끌고 사회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자장면 봉사를 펼치고 있다.

97년 8월에는 제주도까지 찾아가 자장면을 접대했고, 올여름에는 소록도 나환자들을 찾을 계획. 姜씨는 현재 18만원짜리 월세방에 살면서 야식집을 운영해 한달 수입2백여만원중 60% 이상을 자장면봉사비로 내놓고 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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