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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여성들 겹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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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군에게 수감됐다가 풀려난 이라크 여성들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살해되기도 한다고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지(紙)가 14일 보도했다.

이라크 여성에겐 이방인의 손에 붙잡혔다는 사실 자체가 가족과 부족에 대한 치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라크 여성 수감자들에 대한 미군의 학대 실상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군의 수감자 학대로 유명해진 아부 그라이브 등 수용소에 갇혀 있는 이라크인은 2만2000여명. 여성은 92명으로 돼 있으나 미군이 인적사항과 인원수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아 임시 수용소 등에 갇힌 여성도 수십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간 공식 확인된 여성 수감자 학대 사례는 미미하다. 미 육군 안토니오 타구바 장군의 조사 보고서에서 지적된 미 헌병과 이라크 여성 수감자 간의 성관계와 미 의회 청문회 때 제시됐던 여성 수감자들의 나체 사진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인권단체들은 보고 있다. 성폭행 등이 자행됐더라도 후환이 두려운 여성 수감자들이 피해 사실을 결사적으로 숨길 게 뻔한 탓이다.

이에 따라 이라크 내에서 활동 중인 인권운동가들은 미군 측에 진상 파악과 여성 수감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 종교 지도자들에게는 석방된 여성들이 박해받지 않게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이라크 남성들의 생각은 무척 완고해 별다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슬람 성직자연합회는 "수감됐다가 석방된 아내나 딸을 살해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지만 이를 물리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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