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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 3] 브라질에서 현지인처럼 여행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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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스카치위스키를 걸고 세계일주 경주를 펼치는 하버드 훈남들의 기상천외한 여행기

『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의 두 주인공은 하버드 대학 동기이자 할리우드 작가인 밸리와 스티브이다. 어느 날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여 서로 반대쪽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경주를 벌이는 두 괴짜 모험가의 이야기는 중앙북스에서 6월 초에 출간한다.

1. 현지 사람들과 같은 ‘외관’을 갖춰라!
사실 브라질 리우에서 현지 사람들과 같은 외관을 갖추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현지 사람들은 서구와 같은 기준의 바지와 셔츠를 입는 데다 인종적으로도 유럽 백인에서 아이티 흑인까지 다양하다. 1888년 노예제도가 철폐된 후 커피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일본,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된 탓에 리우는 상당히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곳이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나는 이미 브라질에 정착한 지 족히 백 년은 된 집안 사람처럼 보였다.

2. 절대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 말라!
내가 관찰한 바로 현지인들은 절대로 길모퉁이에 서서 도로 표지판을 찾거나 지도를 들춰보거나 하지 않는다. 반면 관광객들은 그런 행동을 아주 많이 한다. 따라서 나는 지도를 던져버리고 마치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것처럼 자신 있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다. 나는 곧바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실제로는 길을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현지 사람들에게도 있는 일이다.

3. 현지 음식을 먹어라!
인도 사람들은 입맛이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카레가 들어가고 사프란으로 양념한 음식이 아니면 맛을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번은 내가 이탈리아로 3주 동안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하자 한 인도 집안 출신의 친구가 불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물었다. “이탈리아에서 3주를 보낸다구? 음식은 어떻게 할 건대?” 빈정거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한 것이었다.

고맙게도 나는 그렇게 입맛이 까다롭지 않다. 어떤 유전적 돌연변이 덕분인지 나는 보수적인 식성을 물려받지 않았다. 어떤 믿을 만한 정보통으로부터 그 지역 별미가 미지근한 기름에 볶은 고양이 털을 녹색 야채 섞은 것 위에 올려 나오는 음식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나는 그 음식을 맛보려 했을 것이다.

브라질 요리는 그다지 이국적이지는 않았지만 내가 앞에서 가정한 음식보다는 더 맛있었다. 슈하스코(churrasco) 전문 레스토랑에서는 종업원이 닭 가슴살, 돼지고기, 오리고기, 소고기를 끼운 길이가 2피트나 되는 꼬치 2개를 들고 이 테이블, 저 테이블로 돌아다녔다. 양념에 재운 고기를 이글거리는 숯불 그릴에서 바로 구워 내오기 때문에 고기를 자를 때 뜨거운 육즙이 공중으로 튀었고 그 냄새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그 냄새를 맡으면 접시에 흙만 담아놓아도 군침을 흘릴 것 같았다.

내가 제일 좋아한 음식은 산타테레사(Santa Theresa)의 내 숙소 근처 길모퉁이 레스토랑에서 파는 페이주아다(feijoada)였다. 페이주아다는 검은 서리태, 소금 간을 한 염소고기, 훈제 돼지고기 소시지가 들어간 스튜에 밥과 동그랗게 자른 싱싱한 오렌지 2조각, 잘게 썰어 리본 모양으로 묶은 녹색 케일을 곁들인 음식이다. 그렇게 아점과 저녁, 하루에 두 번을 먹은 날도 있었다.


일러스트 ⓒ 김은

4. 현지인들처럼 여가를 보내라!
리우에서 여가를 보낸다고 하면 해변에 가거나 축구를 구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우에는 레블론(Leblon)에서 시작해서 이파네마(Ipanema)를 거쳐 코파카바나(Copacabana)에 이르는 6킬로미터의 해변이 펼쳐져 있어 전설적인 해변으로 대접받고 있다. 지도상에서 보면 이 해변은 두툼한 상어 이빨을 하나 가져다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사람들이 해변과 상어를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그렇게 몸서리치지 않는다면 아마 그런 쪽으로 광고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내려가보니 완벽한 여름 휴양지로 주문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시리얼 색깔의 모래가 있고, 물은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의 눈동자와 같은 색깔을 띠고 있고, 옷을 다 걸쳐도 멋지지만 옷을 반만 걸치면 훨씬 더 멋있는 육체들이 기름을 잘 바른 채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드라마처럼 산이 드리워져 있었다.

해변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져 있는 보도를 걷고 있을 때는 해변을 찾는 사람 모두가 평등하다. 하지만 백사장으로 내려가면 해변은 각각 500미터 폭의 12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서로 다른 고객층을 불러들인다. 리우의 여러 사회경제적 집단을 축소시켜 서로 이웃하도록 나란히 배치해놓은 것 같았다. 예를 들어, 9번 구역은 리우에서 가장 하얀 백인들이 찾는 곳으로 대개는 개인 트레이너가 있어 몸을 구릿빛으로 태우도록 도와준다. 6번 구역은 빈민촌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5번 구역은 동성애자나 여장 남자들이 찾는 곳이다. 3.14159265……번 구역은 무리수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하루 동안 해변에서 휴식을 취한 후 나는 지역민이 되자(Be a Local)라는 단체에서 조직한 관광객들과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 이 회사는 포르투갈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를 마련해주는 곳이었다. 그동안 티셔츠도 입고 지도도 무시하고 다니고 페이주아다도 먹고 하면서 이미 훌륭하게 변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나한테 돈을 받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회사 사람의 말에 따르면, 지역민들이 외국인이 되지 말자! 지역민이 되자!(DON’T BE A GRINGO! BE A LOCAL!)라고 쓰인 흰색 티셔츠를 입은 가이드들 주위에 모여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놀라운 결과
리우에 온 지 3일째 되던 날 시외에서 온 시골뜨기 한 쌍이 포르투갈어로 나에게 길을 물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되죠?”라고 묻는 거라고 추측하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곧장 앞쪽을 가리켰다. 이렇게 해서 포르투갈어로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을 배울 수 있었다.

※ '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 연재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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