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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소재 전통 장인들의 손길 아세안 디자인 명품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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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호 04면

2 필리핀 마인드매스터즈의 재활용 종이를 이용한 탁자와 꽃병(가운데), 인테리어 크래프트 아일랜드의 드래그넷 라운지 체어(오른쪽). 그 사이에 태국 앙고월드의 누에고치 하늘 전등이 켜져 있다 . 신인섭 기자

한,아세안센터 개관 기념전 ‘아세안 프리즘’
산업 디자이너 은병수(50·2009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씨가 소반·촛대·종지·죽부인 등 우리 ‘전통’을 들고 뉴욕 맨해튼에 디자인 매장 ‘비움(VIUM)’을 차린 것이 2001년. 결국 매장은 문을 닫았지만 얻은 것도 적지 않다. 2004년 유네스코 초청으로 태국 방콕에서 한 아시아 수공예협회 강연을 통해 아시아 디자인의 가능성에 눈뜨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2005년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아시아 디자인 특별전 큐레이터로서 동남아 전통 디자인 제품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했다. 6월 6일까지 열리는 ‘아세안 프리즘’의 총예술감독을 맡게 된 것도 이런 경력 덕분이다. ‘아세안 프리즘’은 지난 3월 설립된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사무총장 조영재)의 센터 개관전이다.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8층에 마련된 전시장 ‘아세안 홀’로 들어가면 가구 및 조명·액세서리·문구류 등 70여 점의 ‘명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아세안 각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명성을 얻기 시작한 제품들이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친환경’과 ‘전통의 재해석’이다. 풍부한 자연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고, 또 자국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해석한, 하나의 작품을 넘어서는 생활용 제품이다.

캄보디아 세이온 실크웍스가 내놓은 실크 제품은 깜찍하다. 물고기·별 등의 모양에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덧붙여 실크를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층까지 파고들었다. 인도네시아 오리엔트 디자인 이미지가 만든 대나무 그릇은 층층 엮은 대나무를 압축해 유선형의 매끈한 곡선을 살려냈다. 대나무의 거친 질감을 살려 내는 중국 제품과 구별되는 대목이다. 크기에 따라 화분·명함꽂이·캔디볼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1 캄보디아 세이온 실크웍스의 실크 액세서리 3 싱가포르 큐도스의 타조 알 조명

1885년 설립된 말레이시아 로열 셀랑고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백랍회사다. “600여 명의 장인이 만들어 내는 술병·술잔 등 각종 주석 제품은 영국 귀족 사회에서 명품으로 불린 지 오래”라는 것이 한·아세안센터 문기봉 무역투자팀장의 설명이다.

태국 앙고월드는 ‘우리가 어떻게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디자인을 시작한다. 제작 과정부터 자연의 모습 그대로 활용하고, 에너지가 적게 들고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한다. 누에고치를 꽃처럼 꿰어 백열등의 강렬함을 부드럽게 감싸는 전등은 보는 이의 마음을 함께 어루만지는 듯하다.

여기에 새장 같은 안온한 느낌을 주는 필리핀의 의자들, 반짝이는 옻칠을 한 베트남의 티박스, 토착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브루나이의 크리스털 용기, 싱가포르의 타조 알 조명 역시 기존의 ‘동남아 물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깨부순다.

이들 제품을 디자인한 사람들은 해외 유학파가 많다. 라오스 기업 다다 크래프트의 찬타오 파탄마봉 대표는 가내수공업 수준에 불과했던 라오스 섬유산업을 국가 기반산업으로 성장시킨 디자이너다. 파리에서 공공행정을 전공한 그녀는 귀국 후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라오스 전통 패턴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텍스타일 제품 고급화에 박차를 가했다.

강에서 물고기의 번식을 막아 골칫거리인 워터 히아신스를 꼬아 벤치를 만든 기업은 태국 크래팩터. 이탈리아 도무스와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를 받은 에가라트 웡차리트가 사장이다. 동남아 문화에 매료된 외국인이 회사를 만든 경우도 있다. 크리스찬 디올에서 일하던 프랑스인 패트릭 로버트는 오십 세가 되던 해 여생을 미얀마에서 보내기로 결심하고 와륀 매뉴팩처링을 설립했다. 숙련된 노동인력과 유럽·일본의 전문가들이 수공예 가구와 실내 장식물을 만들고 있다.

한·아세안센터 유진숙 정보자료부장은 “아세안의 고급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찾은 분들은 다들 놀랐다고 한다”며 “한승수 국무총리, 태국 외교장관, 말레이시아 외교 부장관 등이 방문한 것을 비롯해 디자인 관련 학과 대학생 등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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