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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hot issue]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두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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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고 생선도 먹어본 사람이 고기가 더 맛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남자도 알고 여자도 아는 사람이 여자를 더 잘 알지 않을까요?”

1980년대 유행했던 핀컬 파마머리를 한 남자와 오렌지색 가방, 하얀색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남자가 말했다. 대한민국 패션ㆍ뷰티 업계의 대표 남성 아티스트인 스타일리스트 김성일(40)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36)이다. 두 사람은 최근 스타일북 『아이 러브 스타일』(I Love Style·시공사)을 함께 만들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두 사람에게선 유쾌한 에너지가 흘러 넘쳤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단순히 하우투(방법)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왜 화장과 옷에 신경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진지했다.

“여자들 자극, 스타일 의욕 생기게 했죠”

‘내조의 여왕’에서 김남주의 ‘천지애 스타일’을 만들어낸 김성일, 파트너 손대식과 함께 색조 브랜드 ‘셉(SEP)’으로 홈쇼핑 매출 160억원을 달성한 박태윤. 10년 지기인 두 사람은 지금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래서 『아이 러브 스타일』이 두 사람 모두 처음 발간하는 책이라는 사실이 의아했다.

“물론 그동안 제의는 많았죠. 그러나 어디서 본 듯한, 사진으로만 가득 찬 비슷한 스타일북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박씨는 각각 다른 파트의 전문가가 ‘패션과 뷰티를 동시에 완성시키는 스타일링’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파트의 전문가이면서 그것도 남성이 쓴 여성의 스타일북은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컨셉트다.

“여자들이 ‘메이크업과 패션에 더 신경 써야겠구나’라는 의욕이 생기도록 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두 사람이 맡은 패션과 뷰티 파트는 구성 방식도 다르고 문체도 다르다. 김씨는 에피소드마다 한 가지 패션 아이템과 주변 인물을 엮어 에세이를 구성했다. 정우성과 화이트 셔츠, 김민희와 스키니 팬츠, 유호정과 트위드 재킷을 연결하는 식이다. 챕터마다 마지막엔 실천 편을 넣어 일반 독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했다.

박씨의 뷰티 챕터는 좀 더 가볍게 읽힌다. 마치 카페에 앉아 박씨의 수다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광고에서 여성들은 화장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립스틱을 바른다. 이것이 립스틱을 바르는 방법이라고 믿는 남성들은 그녀들이 매운 짬뽕을 먹고 나서 얼얼한 입가를 쓱 닦고 입술을 쫙쫙 움직이며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에 경악한다-반드시 지켜야 할 화장 에티켓 중에서’. 이처럼 남성의 눈에 비친 여성의 화장에 초점을 맞췄다. “남자들이 ‘화장발’을 인지하는 능력은 형편없다. 모공 베이스에 파운데이션, 컨실러까지 화장할 건 다 했는데 연한 핑크색 립글로스만 바르면 얌전하고 착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은 남자 친구가 없으면 알 수 없고, 남자 친구가 있더라도 직접 듣기 어려운 말들이다.

이런 그들에게 배우 김남주는 추천사에서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이라는 표현을 썼다.

“고정관념은 죄악…늘 새로운 것 시도해야”

“몇 년간 한국에서 불고 있는 ‘생얼 열풍’이 반갑지만은 않아요. 다양한 색조 메이크업을 즐겼던 한국 여성들이 언제 그런 때가 있었느냐는 듯 색조 화장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으니까요.”

박씨의 말에 김씨가 뒤를 이었다.

“패션 쪽에서 지적하자면 여전히 고정관념을 못 깨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캐주얼한 옷을 입을 때는 티셔츠에 청바지만, 정장을 입을 때는 펜슬 스커트에 로맨틱한 블라우스만 생각하죠.”

김씨는 “고정관념이야말로 패션과 뷰티에서 가장 죄악시되는 단어”라고 말했다. 연예인 중에도 안전한 스타일만 고수하다 늘 그저 그런 스타일을 선보이는 사람과,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해 ‘패셔니스타’라는 소리를 듣는 스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는 밝힐 수 없지만, 후자는 배두나와 공효진이라고 했다.

“드라마 속 ‘천지애 스타일’이 인기를 얻은 이유도 ‘비싼 것은 비싼 것끼리 매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 한몫했죠.”

중저가 셔츠와 스커트에 명품 조끼·스카프를 매치해도 훌륭한 스타일이 완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씨는 “누구나 옷장에 한 벌쯤 가지고 있는 옷들로 새로운 방식의 믹스 앤드 매치를 제시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글=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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