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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CoverStory] 올 여름엔 플랭커 향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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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산뜻한 ‘향기’를 입자. 뜨거운 열기와 땀으로 범벅이 된 ‘냄새’로는 도저히 멋쟁이가 될 수 없지 않은가. 푸른 바닷물처럼 청량하고, 작열하는 태양처럼 발랄한 느낌의 여름 향수 하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찌감치 ‘올해의 여름 향수’를 출시한 브랜드마다 컨셉트는 다양하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다.

‘낯익은 듯 낯선.’

2009년 향수 트렌드를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제품의 기본 향취에 새로운 향을 첨가해 변화를 주거나 패키지를 달리 디자인하는 등 기존 제품을 재해석한 ‘플랭커(flanker)’ 향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플랭커는 사전적으로 측면 보루, 측면 방위 부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플랭커 향수란 오리지널 향수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올해는 오리지널 제품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플랭커 향수의 출시는 최근 몇 년간 향수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의 ‘뉴룩’ 패션쇼에서 첫선을 보였던 ‘미스 디올’은 2005년엔 ‘미스 디올 쉐리’로, 2008년엔 ‘미스 디올 쉐리 블루밍부케’로 재탄생했고, 올해 ‘미스 디올 쉐리로’로 다시 한번 태어났다.

올해는 부모(오리지널)와 나이 차가 꽤 많이 나는 자식들도 눈에 띈다. 74년 출시된 샤넬의 ‘크리스탈’은 오리지널 제품의 균형과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특별한 향을 더한 ‘크리스탈 오 베르뜨’로 재탄생했다. 안나 수이는 자신들의 첫 향수인 ‘안나 수이’ 탄생 10주년을 맞아 ‘안나 수이 리브 유어 드림’을 내놨다. 랄프 로렌은 기존 ‘폴로’ 향에 보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한 ‘폴로 모던 리저브’를 선보였다.

플랭커 향수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선보이는 것은 ‘여름 한정품’이다. 오리지널 제품에 청량하고 상큼한 시트러스나 마린, 프루티 계열의 향을 첨가해 시원한 느낌의 플랭커 향수를 만든 것이다. 제품의 병이나 박스 또한 오리지널보다 강렬한 색감과 시원한 재질을 사용해 첫눈에도 여름용 향수라는 느낌을 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코드 팜므’는 원래 섹시한 느낌이 강한 플로랄 오리엔탈 계열의 향수였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오렌지 꽃의 상큼한 향을 가미한 ‘코드 서머 팜므’로 옷을 갈아 입었다. 캘빈 클라인의 ‘ck one 서머’는 푸른 바다 위에 뜬 돛단배처럼 노란색과 파란색이 조화된 병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향 또한 블루 민트와 오이 향에 시트러스 향을 첨가해 쿨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페라가모의 ‘인칸토’를 재해석한 ‘인칸토 블리스’ 병은 아예 바다를 품은 듯하다. 바탕에 물거품, 불가사리, 산호 등의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글=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촬영 협조=캘빈 클라인 향수 ‘ck one 서머 2009’

“나는 자신이 사용하는 향이 무엇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여성들이 불쌍해요. 향은 그 자체가 말해야 합니다. 향은 은밀하게 속삭이니까요.”

세계적인 향수 ‘샤넬 넘버5’를 만든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말이다. 제아무리 좋은 향기와 예쁜 디자인의 병을 가졌다 해도 내게 어울리는 ‘나만의 향수’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기존 제품을 재해석한 플랭커 향수 가운데 여름에 어울리는 ‘달콤하고 발랄한 향’ ‘청량하고 상큼한 향’을 나눠 소개한다. 당신의 선택은?

송지혜 기자

▶ 달콤하고 발랄한 향
( )안은 오리지널 버전의 이름

1 장 폴 고티에
‘장 폴 고티에 클래식 서머’ (장 폴 고티에 클래식 서머)

신선한 프루티 플로랄 머스크 계열. 상큼한 오렌지 향, 화이트 플로랄 부케 향, 머스크 향이 잘 어우러진 부드러운 느낌이 특징이다. 2008년 여름 제품과 향은 같지만 향수병은 달라졌다. 2009년 트렌드인 아프리카 느낌을 살려 앵무새 모양으로 병을 디자인한 것.

2 장 폴 고티에

‘장 폴 고티에 마담 서머’ (장 폴 고티에 마담)

오리지널의 향을 유지하면서 프루티 플로랄 향을 더욱 가미해 가볍게 재구성했다. 기존 병 모양에 유지하면서 ‘오 프레시’라는 단어를 병과 상자에 넣어 차별성을 주었다.

3 페라가모

‘인칸토 블리스’ (인칸토)

프루티 플로랄 향의 제품. 유자와 금귤, 그리고 과즙이 풍부한 사과향이 어우러지는 톱 노트로 시작된다. 물거품·불가사리·산호가 그려진 병 디자인은 바닷속 풍경을 보여준다. 오리지널은 투명하고 깔끔한 병에 브랜드와 제품명만 적혀 있다.

4 조르지오 아르마니

‘아르마니 코드 서머 포 우먼’ (아르마니 코드 팜므)

플로리엔탈(플로랄과 오리엔탈 향의 중간 느낌) 계열. 오렌지 향과 차가운 셔벗의 톱 노트로 시작한다. 시원하게 얼린 듯한 반투명 병에 흰꽃 무늬가 새겨져 있다. 6월 출시 예정이다.

5 크리스찬 디올

‘미스 디올 쉐리 로’ (미스 디올)

오랫동안 신선한 느낌을 지속시키기 위해 패출리와 캐러멜 노트를 약하게 하고 드라이우드와 치자나무 꽃 노트를 강화했다. 오리지널 미스 디올 용기에서 향수의 농도에 따라 화이트 혹은 블랙 실크로 선보여졌던 나비 넥타이는 2005년 미스 디올 쉐리 용기에서는 메탈 버전으로, 2009년 미스 디올 쉐리 로에서는 플라스틱 반투명 버젼으로 다시 등장했다.

6 이세이 미야케

‘로디세이 서머 프래그런스’ (로디세이)

오리지널 이세이 미야케 향수의 클래식함은 살리고 여기에 여름에 어울리는 신선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프루티 플로랄 우디 계열의 향이 특징이다.

7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에센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포 허)

플로랄 파우더리 머스크 계열. 로즈페탈ㆍ엠버ㆍ아이리스 노트를 가졌다. 원래 포 허의 병 디자인은 고대 중국의 스너프(코담배 병)에서 영감을 얻어 내용물이 보이지 않도록 검게 칠해져 있다. 에센스가 되면서 끝을 둥글게 처리하고 투명하게 만들었다.

8 버버리

‘버버리 서머 포 우먼’ (버버리 포 우먼)

그린 프루티 플로랄 계열. 오리지널 병 모양에 2009 버버리 봄·여름 컬렉션에서 사용된 밝고 부드러운 컬러(따뜻한 핑크)를 반영했다.

9 안나 수이

‘안나 수이 리브 유어 드림’ (안나 수이)

안나 수이 향수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제품으로 우디 플로랄 향이 특징이다. 안나 수이의 쇼룸, 사무실, 집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블랙 거울에서 영감을 얻은 병 디자인은 이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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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하고 상큼한 향

1 엘리자베스 아덴

‘그린티 이그조틱’ (그린티)

1999년 처음 론칭된 그린티를 재해석한 것이다. 톱 노트는 베르가못·실론티·스피아민트 등이다. 잔향에서 그린티, 백합, 백 수선화 향기를 느낄 수 있다.

2 조르지오 아르마니

‘아르마니 코드 서머 포 맨’ (아르마니 코드 옴므)

우디 오리엔탈과 오리엔탈 시트러스 계열의 제품. 베르가못ㆍ포도ㆍ레몬ㆍ그린 네롤리의 조합이 시원하고도 강렬한 향을 발산한다. 불투명한 아이스 글라스 병 디자인이 특징이다.

3 랄프 로렌

‘폴로 모던 리저브’ (폴로)

기존 폴로의 클래식한 향 위에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의 향을 가미한 제품. 카다몸과 갓 딴 바질의 톱 노트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폴로 탄생 30주년을 축하해 ‘가죽 케이스’ 에디션을 함께 발매했다. 이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2000개 수량만 한정 판매되며 랄프 로렌이 직접 디자인한 이탈리아제 고급 가죽 케이스를 갖고 있다. 병마개와 포니 로고는 24K 금으로 돼 있다.

4 엠포리오 아르마니

‘블루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시트러스 계열. 오리지널보다 훨씬 가볍고 신선한 향을 가졌다. 상큼한 베르가못, 핑크 페퍼, 장미, 베티버, 머스크향이 조합돼 있다. 기존 오리지널 병의 형태에 바닷빛 색상을 가미한 것이 특징.

5 크리스찬 디올

‘자도르 로’ (자도르)

10년 전 출시된 ‘자도르 오 드 퍼퓸’을 재해석한 것이다. 톱 노트로 목련 향이 느껴지며, 전체적으로는 시원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가졌다. 병 디자인은 오리지널보다 목 부분을 길게 늘여 모던한 느낌을 강조했다.

6 겐조

‘로빠겐조 오 인디고 뿌르 팜므’ (로빠겐조)

베르가못 에센스와 만다린 에센스를 조화시킨 톱 노트를 가졌다. 오리지널 로빠겐조의 용기는 물결 모양의 곡선이 특징이다. 물이 흐르는 모습을 관능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재해석된 제품은 병 하단에 인디고 색상이 입혀졌다.

7 샤넬

‘크리스탈 오 베르뜨’ (크리스탈)

1971년 샤넬이 세상을 떠난 후 나온 첫 번째 향수로 74년에 만들어졌다. 크리스탈 오 베르뜨는 오리지널의 균형과 구조는 유지하되 재스민, 네롤리, 시트러스 과일 향, 베르가못을 잘 조화시킨 특별한 향을 더했다.

8 이세이 미야케

‘로디세이 뿌르 옴므 서머 프래그런스’

(로디세이 뿌르 옴므)

오리지널 남성 향수의 신선한 시트러스 향에 개운한 스파이시 향을 가미했다.

9 버버리

‘버버리 서머 포 맨’ (버버리 포 맨)

시트러스 우디 향이 특징이다. 오리지널 병 모양에 2009 버버리 봄·여름 컬렉션에서 사용된 밝고 부드러운 컬러(바다빛 블루 컬러)를 더했다.

‘전설’이 된 향수들

매년 수많은 향수가 탄생하지만 모두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톱스타와의 밀접한 관계, 높은 판매고, 독특한 병 디자인으로 향수 업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향수들을 연대별로 정리했다.

<그래픽 크게보기>

◇향수 관련 용어

-노트(Note) 한 가지 원료나 여러 가지 원료의 배합에서 나오는 후각적인 인상을 가리키는 말. 원래는 음악에서 쓰이는 말(음표)이다.

-톱노트(Top Note) 향수 용기를 개봉했을 때 또는 피부에 뿌렸을 때 즉시 나타나는 향.

-미들 노트(Middle Note) 향수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조화롭게 배합을 이뤄 중간 단계에서 느껴지는 향으로 하트 노트(Heart Note)라고도 한다.

-베이스 노트(Base Note) 향수를 뿌린 후 지속되는 향의 여운.

-퍼퓸(Perfume) 농도는 15~25%로 향이 깊고 지속 시간도 5~7시간 정도로 길게 즐길 수 있다.

-오 드 퍼퓸(EDP) 농도는 10~25% 정도. 5시간 정도 지속된다.

-오 드 투왈렛(EDT) 가장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향수로 5~10%의 농도를 가졌다.

◇향의 종류

-시트러스 신선함·상큼함·가벼움(오렌지·베르가못·레몬·귤·자몽)

-아로마틱 가벼움(라벤더·월계수)

-플로랄 달콤함·부드러움·여성스러움(장미·백합·히아신스·일랑일랑·수선화·재스민)

-그린 초목의 신선함, 상쾌함(파슬리·잔디·갤바넘)

-프루티 달콤함(모든 과일, 블랙 커런트)

-스파이시 자극적이고 강한 향(생강·후추·계피·클로브·주니퍼)

-우디 따뜻함(목단·삼목·패출리·담배)

-파우더리 달콤함·강함·따뜻함(헬리오트로프·아이리스·바닐라·송진)

-동물성 머스크-노루, 용연향-고래, 영묘향-고양이

도움말=로레알 향수 사업부·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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