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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되는데…” 자전거 들고 전철 못타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양수역


5월 네번째 일요일인 24일 오후 7시 10분을 조금 넘긴 시각. 3대의 자전거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20여분 후 이 자전거는 양수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향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전철 이용자는 가로·세로·높이 세 변을 더한 길이가 158cm 넘는 자전거를 휴대할 수 없다(광역전철여객운송약관 제32조). 각 역에서 사전에 자전거를 가지고 타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휴대하고 승차하다 발견될 경우 가까운 역에 하차시키고 별도로 900원의 부가운임을 물린다. 미니벨로 등 접을 수 있는 자전거는 들고 승차할 수 있다.

양수역에서 승객이 자전거를 위로 들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는 모습


자전거를 들고 기차를 탈 수 있는 유럽의 여러 국가와 달리 한국에서는 기차나 전철에 자전거를 휴대하고 탈 수 있는 제반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올 들어 정부가 범국민적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에서도 접혀지지 않는 자전거를 들고 전철을 탈 수 있는 길이 곧 열릴 전망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르면 내달 초부터 자전거 이용자가 중앙선 전철에 자전거를 휴대하고 탈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3개월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당초 이달 30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역 선정과 시설 보완 등의 문제로 시기가 조금 늦어졌다.
코레일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용산역과 경기도 양평 국수역을 오가는 중앙선 역 중 우선 서울 이촌·서빙고역, 경기도 팔당·양수·국수역 등에서 평일 러시아워를 제외한 시간대에 자전거를 휴대하고 타고 내릴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한다. 3개월간의 시범 실시 결과를 지켜본 후 시설 등 보완점을 점검해 확대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중앙선 대부분의 역은 자전거를 끌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경사로 등 이용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양수역의 경우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에스컬레이터로 되어 있어 자전거를 들고 이동할 경우 자칫 다른 승객에 피해를 줄 우려가 높다. 자전거를 들고 전철을 타는 이용자를 단속해달라는 승객들의 민원도 적지 않다. 전철 역 구내에서 자전거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이용시설을 보완하는 것이 다른 노선으로 서비스 확대의 관건인 셈이다.
한편 코레일은 관광여행상품으로 서울~정선 한 구간에 ‘MTB 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별도의 칸을 연결한 이 열차는 하루 한번 매주 4~5차례 편성돼 있다. 코레일은 이 열차를 조만간 전국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글·사진/워크홀릭 노태운 기자 noh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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