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개조 프로젝트 공개강연] “엉덩이가 따라주면 공부는 할 만한 게임”

중앙일보

입력 2009.05.13 00:04

업데이트 2009.05.1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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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9일 오후 2시 성균관대 국제관. ‘공부혁명, 이렇게 하라’는 주제로 열린 공부 개조 프로젝트 공개강연에는 200여 명의 학생·학부모가 모였다. 강연자로 나선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는 역설적으로 “공부혁명의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값싼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여기에 온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단서는 있었다. “엉덩이와 손만 따라와 준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2시간여 동안 이어진 손 대표의 격정적 강연에 참석자들은 흠뻑 빠져들었다. 강연 내용은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 홈페이지(www.jedi.re.kr)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아래는 강연의 주요 내용.

9일 공부 개조 프로젝트 강연회에서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가 2시간여 동안 격정적으로 강연했다. [황정옥 기자]
공부는 엉덩이→손→머리→가슴으로

1987년 3월 2일 대학 4학년 때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던 H양(당시 고2)의 과외교사로 들어갔다. 반에서 20등 정도의 성적을 내던 H양은 학습에 대한 의욕도 꿈도 없었다. 그런 그가 한 달여 후 치러진 중간고사에서 학급 10등까지 올라가더니, 기말고사에서는 전교 15등을 했다. 수학 점수가 50점도 채 되지 않았던 학생이 단기간 달라질 수 있었던 것. 이게 바로 엉덩이의 힘이다.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H양은 하루에 수학 100문제씩을 풀었다. 매일 영어단어 100개와 단문독해(당시 성문기본영어) 30개, 장문독해 10개씩 외우며 하루 17시간씩을 공부했다. 이처럼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2~3시간씩은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엉덩이 힘을 기르는 게 공부혁명의 최우선 과제다. 엉덩이 힘이 길러지면 그 다음은 손의 단계로 들어간다. H양은 하루에 연습장 한 권을 썼다. 그런 다음 머리이고, 그 다음이 가슴의 단계로 넘어간다. 공자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했다.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면 그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란 뜻이다. 학(學·주입식 교육)과 습(習·자발적 학습)이 공존하고 결합할 때 공부에 대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학생에게 공부란 하기 싫고 짜증나는 것이다. 엉덩이와 손의 단계를 넘어서면서 공부는 감(感)이 잡히고, 기쁨의 단계로 들어선다. 이런 기쁨을 느끼지 못한 채 잔재주와 스킬로 공부혁명을 이룰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 1만 개 풀면 1등급

23년 동안 강사와 교육업체 대표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수학 때문에 미치겠다”란 소리였다. 그러나 수포(수학 포기)자들은 명문대에 들어갈 수 없다. 수포자들이 생기는 건 ‘수학=암기 과목’이라는 사실을 몰라서다. 수학은 출제유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간을 투자한 만큼 성적이 나온다. 쉬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 활용이 중요하다. 수학 한 문제 푸는 데 드는 시간은 5분. 8교시 수업 동안 쉬는 시간만 이용해도 16문제를 풀 수 있다. 아침 등교 후 5문제, 점심 시간 때 6문제는 너끈히 푼다. 특별히 시간 투자를 하지 않아도 하루 수학 30문제는 충분히 풀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학 문제를 1만 개 풀어봐라. 1등급 받을 수 있다. 공부혁명의 전제조건은 몰입이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길러지고, 집중력이 있어야 공부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공부 외에 다른 것을 한다고 무조건 혼낼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면서 집중력을 키우고, 그 집중력이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때는 온다. 아이가 공부에 몰입할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최석호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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