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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개조 프로젝트 공개강연] “엉덩이가 따라주면 공부는 할 만한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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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공부 개조 프로젝트 강연회에서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가 2시간여 동안 격정적으로 강연했다. [황정옥 기자]

공부는 엉덩이→손→머리→가슴으로

1987년 3월 2일 대학 4학년 때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던 H양(당시 고2)의 과외교사로 들어갔다. 반에서 20등 정도의 성적을 내던 H양은 학습에 대한 의욕도 꿈도 없었다. 그런 그가 한 달여 후 치러진 중간고사에서 학급 10등까지 올라가더니, 기말고사에서는 전교 15등을 했다. 수학 점수가 50점도 채 되지 않았던 학생이 단기간 달라질 수 있었던 것. 이게 바로 엉덩이의 힘이다.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H양은 하루에 수학 100문제씩을 풀었다. 매일 영어단어 100개와 단문독해(당시 성문기본영어) 30개, 장문독해 10개씩 외우며 하루 17시간씩을 공부했다. 이처럼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2~3시간씩은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엉덩이 힘을 기르는 게 공부혁명의 최우선 과제다. 엉덩이 힘이 길러지면 그 다음은 손의 단계로 들어간다. H양은 하루에 연습장 한 권을 썼다. 그런 다음 머리이고, 그 다음이 가슴의 단계로 넘어간다. 공자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했다.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면 그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란 뜻이다. 학(學·주입식 교육)과 습(習·자발적 학습)이 공존하고 결합할 때 공부에 대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학생에게 공부란 하기 싫고 짜증나는 것이다. 엉덩이와 손의 단계를 넘어서면서 공부는 감(感)이 잡히고, 기쁨의 단계로 들어선다. 이런 기쁨을 느끼지 못한 채 잔재주와 스킬로 공부혁명을 이룰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 1만 개 풀면 1등급

23년 동안 강사와 교육업체 대표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수학 때문에 미치겠다”란 소리였다. 그러나 수포(수학 포기)자들은 명문대에 들어갈 수 없다. 수포자들이 생기는 건 ‘수학=암기 과목’이라는 사실을 몰라서다. 수학은 출제유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간을 투자한 만큼 성적이 나온다. 쉬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 활용이 중요하다. 수학 한 문제 푸는 데 드는 시간은 5분. 8교시 수업 동안 쉬는 시간만 이용해도 16문제를 풀 수 있다. 아침 등교 후 5문제, 점심 시간 때 6문제는 너끈히 푼다. 특별히 시간 투자를 하지 않아도 하루 수학 30문제는 충분히 풀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학 문제를 1만 개 풀어봐라. 1등급 받을 수 있다. 공부혁명의 전제조건은 몰입이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길러지고, 집중력이 있어야 공부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공부 외에 다른 것을 한다고 무조건 혼낼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면서 집중력을 키우고, 그 집중력이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때는 온다. 아이가 공부에 몰입할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최석호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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