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WTI·두바이유·브렌트유가 뭔가요

중앙일보

입력 2004.07.07 18:34

업데이트 2006.02.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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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요즘 나라 안팎에서 경제 걱정을 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게 고유가 현상입니다. WTI라는 종류의 원유가 있는데 2001년 말 배럴당(1배럴=159ℓ) 20달러 하던 것이 지난해 말 30달러를 넘어섰고 지난 봄부터는 40달러 언저리를 넘나들고 있어요.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조금 헷갈리는 게 있어요. 여러 가지 이름의 기름이 등장하는 거죠. 앞서 언급한 WTI는 뭐고 브렌트유나 두바이유는 또 뭔가요.

일단 이런 궁금증을 잠시 접어두고 최근의 실화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지만 유종에 얽힌 에피소드입니다.

◇'브렌트 대신 두바이를'= 브렌트.두바이 같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를 향해 돌진하던 지난 4월 중순. 천연자원 문제를 관장하는 산업자원부의 이희범 장관이 박승 한국은행 총재에게 이색 제안을 한 게 화제가 됐어요. 한은의 국내외 경제동향 리포트에 활용하는 원유가격 데이터를 브렌트유 대신 두바이유로 해 달라는 거였지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통상 브렌트가 두바이보다 배럴당 2달러 안팎 높다는 거지요. 굳이 수치가 높은 브렌트의 통계를 인용해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문이었어요. 원래 중앙은행의 경제분석 자료는 공신력이 있다고 여겨져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인용되기 일쑤여서 한은 리포트의 유가 수치는 그만큼 대중 전파력이 큽니다.

한은도 가만있지 않아죠. 세계 주요 경제분석 자료들이 대개 유럽산 브렌트 통계를 토대로 작성돼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었지요. 몇 차례 이런 논의가 오가다 결국은 유야무야되고 말았어요.

서론이 너무 길었나요.

◇세계 3대 유종=이미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차렸겠지만 세계 원유거래의 기준이 되는 대표 유종은 WTI와 브렌트.두바이입니다. 이를 세계 3대 유종이라고 합니다. 200여 유종의 금.은.동메달 격이지요.

가장 대표적인 게 WTI(West Texas Intermediate)입니다. 서부 텍사스 중질유라고 흔히 번역합니다. 미 서부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 일대에서 생산됩니다. '자이언트'라는 미국 영화의 고전 기억하시나요. 텍사스 목장의 일개 일꾼이던 제임스 딘을 일약 석유재벌로 만든 유전이 바로 WTI를 생산합니다.

브렌트는 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의 북해라는 바다에서, 두바이는 중동 아랍에미리트에서 생산됩니다. 두바이는 이 나라의 경제 중심지입니다. 그러고 보면 WTI와 브렌트.두바이는 각각 미주와 유럽 아시아 대륙을 대표하는 셈이네요.

유가는 다 다릅니다. 품질 차이지요. 원유는 유황이 적고 비중 수치가 낮을수록 비싼데 이런 면에서 WTI가 가장 고급입니다. 황은 공해 요인이 되기 때문에 양이 적으면 그만큼 양질의 원유로 간주됩니다. 참고로 유황 함유율이 1% 이하면 저유황유, 2% 이상이면 고유황유라고 한답니다.

세계 최대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주 로 거래된다는 점도 WTI가 가장 대표적인 유종 대접을 받는 이유입니다.

브렌트는 WTI보다 품질이 좀 떨어져요. 이 역시 영국 런던석유거래소(IPE)에서 거래되고 주로 유럽에서 소비됩니다.

두바이는 품질이 낮은 고유황 중질유예요. 대부분 중동 국영석유회사와 해외 실수요자 간의 장기 공급계약 형태로 팔려나갑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해 오는 게 바로 두바이 같은 중동산 원유지요.

그럼 이들 말고 변변한 유종이 없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러시아의 우랄, 인도네시아의 미나스, 말레이시아의 타피스 등도 국지 시장에서 나름대로 비중이 큽니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3대 유종은 현물.선물시장이 발달해 거래량이 비교적 많은 데다 가격 형성 과정이 투명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종 간 가격차 확대 추세=가장 비싼 WTI와 다른 유종 간의 가격 차는 국제적인 불안요인이 있으면 커집니다.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에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가 종전 후 줄었지만 중동 테러가 격화한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빠르게 확대됐지요. WTI는 브렌트보다 배럴당 1~2달러, 두바이보다는 3~4달러 비싼 게 보통이었는데 올 들어 한때 3~5달러, 5~8달러로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지요.

미국의 원유재고가 적어 휘발유 값이 크게 올라도 가격차가 커집니다. 반면 유럽이나 태평양 연안국의 원유재고는 상대적으로 넉넉해 WTI와 다른 유종과의 가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지요.

참고로 원유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은 크게 세가지예요. 현물시장과 선물(先物)시장, 그리고 산유국과 직접 장기계약하는 기간계약 시장이지요. 전 세계 시장은 기간계약이 3분의 2, 현물.선물시장이 3분 1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유가 변동 때문에 오는 손실을 줄이려는 선물시장은 일종의 보험이지요. 그래서 요즘처럼 국제 석유투기세력이 판치고 테러 등 국제분쟁이 심한 때는 선물시장이 활발해집니다. 신문기사에서 접하는 WTI나 브렌트의 가격 역시 대개 다음달 넘겨주기로 한 원유의 선물가격입니다.

홍승일.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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