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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반대 거리 나섰던 3인이 돌아본 1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근로자의 날인 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은 봄나들이를 나온 가족과 연인들로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이 평온한 광장이 1년 전엔 ‘촛불’의 진원지였다. 밤마다 숱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고, “미국 쇠고기 너나 먹어” “MB정권 퇴진” 같은 구호가 울려퍼졌다. 당시 광장에 섰던 이들은 촛불 1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난해 본지 6월 7일자 1면의 ‘72시간 릴레이 집회 그들은 왜 촛불을 들었나’ 기사에 등장했던 무역회사 대표 정석주(46)씨와 1일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정씨는 “미국산 쇠고기는 음식이란 점에서 심리적 부분이 크다.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건드렸다”고 지적했었다. 그는 그에 더해 딸 아이의 학원비가 두 배 넘게 올랐다며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배반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간 정씨의 생각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는 “집회의 규모도 커지고 장기화하면서 여러 정파가 개입해 촛불집회를 이용하려 해 화가 나서 나중엔 나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지금 정씨의 가장 큰 소망은 빨리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6·여)씨는 “PD수첩이 광우병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사실이 나중에야 드러났다”며 “자기 입맛에 맞게 정보를 왜곡하는 것은 언론의 횡포”라고 말했다. “왜곡 보도에 휘둘려 친구들과 집회에 몇 번 참가했던 게 후회돼요.” 김씨는 “공정성을 잃은 방송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력이 크게 낭비됐다”며 “PD수첩은 지금이라도 방송을 보고 집회에 나갔던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원 서경희(24·여)씨는 지난해 6월 29일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전경에게 맞아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서씨는 “국민과의 소통 없이 폭력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려 한 정부에 실망했다”는 당시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변하지 않으면 1년 전처럼 촛불집회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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