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명을 흔히 황하 문명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중국문화사에 정통한 전목 (錢穆)에 의하면, 중국의 문명과 문화는 정확하게 말해 황하에서 발생하였다기보다 황하로 흘러드는 지류들의 양쪽 언덕과, 지류가 황화로 흘러 들어갈 때 형성되는 삼각주 지대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황하 자체는 결코 관개나 교통에 적합하지 않아 문화의 요람지가 되기에는 부적합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 문화를 생각할 때 우선 황하로 흘러드는 그 크고 작은 수많은 지류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보는 것이 좋겠다.
그만큼 중국의 문화는 현란할 정도로 다양다기하고 풍부하기 그지없다.
필자는 대만과 북경의 유수한 박물관들을 둘러보면서 그 문화 유산의 위력에 압도당하여 현기증을 느끼기까지 했던 경험이 있다.
그 현기증은 너무도 많은 문화 유산들을 한꺼번에 보았기에 머리가 혼돈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중국문화대전은 일종의 중국 문화 유산의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방대한 중국 문화에 대하여 요점 정리를 할 수 있는 전시회인 셈이다.
진품속에 더러 복제품들이 섞여있지만 중국 정부가 유물복제법에 의거하여 철저히 관리 제작한 세계 유일의 복제품들이므로 그 자체로서도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특히 초.중.고등 학생들에게 좋은 문화교육 자료가 될 법하다.
월왕 (越王) 구천 (勾踐) 이 사용한 동검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와신상담 (臥薪嘗膽) 고사가 생각나, 동검 아래에 박힌 두 개의 푸른 옥이 오 (吳) 나라 원수를 갚기 위해 불철주야 부릅뜨고 있는 구천의 두 눈동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감탄을 자아낼 만한 갖가지 유물들을 다 언급하려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터이다.
필자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제2전시실에서 시연된 황제의상 직조 과정이다.
거대한 방적기에 걸쳐있는 무수한 실들 사이로 색실을 하나하나 밀어넣는 치밀한 손놀림.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짜도 가로 세로 3㎝도 짜지 못한다니 얼마나 느리고 정교한 작업인지 알 수 없다.
흔히 '만만디' 로 불리는 중국인의 여유와 저력이 황제의상을 직조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중국 문화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실 하나하나를 일일이 끼우고 겹쳐 나가는 정성스러운 느림 위에 문화의 꽃은 피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남호 교수가 최근에 펴낸 산문집 제목처럼 '느림보다 더 느린 빠름' 의 퇴보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이 IMF시대에 중국문화대전을 통해 우리도 조급함을 버리고 위기에 대처하는 여유와 저력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조성기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