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이 최우선이요. 상평통보를 사들이시오.” 조선후기 숙종때. 시장에서 유통되던 화폐인, 상평통보의 가치가 하락하자 물가당국이었던 호조는 대량의 면포를 풀어 상평통보의 구매에 나선다.
호조의 발빠른 시장개입으로 은 1냥에 엽전 8백문까지 떨어졌던 화폐가치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 결국 4백문까지 회복됐다.
IMF한파로 새해 벽두부터 기름값이 오르고 물가가 술렁이는 우울한 현실 속에서 KBS1TV '조선왕조실록' 에서는 오는 13일 밤 10시15분 민생안정에 주력했던 조선후기 경제정책을 재조명한다.
'조선의 상평통보 살리기 - 환율을 잡아라' 편에서 다루는 조선후기 경제정책의 특징은 일관된 정책수행의지와 통화관리정책 등 크게 두 갈래. 이 시대 경제관료의 평균 임기는 2년3개월. 내무부에 해당하는 이조판서가 평균 9개월, 국방담당인 병조판서는 평균 1년2개월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경제정책 수행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조정이 기울인 관심이 얼마나 각별했는지 알 수 있다. 통화정책의 핵심은 화폐에 대한 신뢰정착. 숙종조 전까지는 화폐를 재정확충의 수단으로 간주, 통화관리 없이 대량으로 찍기만 했다.
이 때문에 백성은 고무줄처럼 가치가 등락하는 화폐를 좀체로 믿을 수 없었던 것. 쌀.면포만을 화폐로 고집하는 상인.지주에게 숙종때 호조는 면포를 주고 상평통보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상평통보의 가치를 알렸다.
돈이 돌게되자 이제는 화폐수요가급증, 화폐가 고갈되는 사태인 전황 (錢荒) 이 발생한다.
이에 호조는 상평통보의 발행을 어영청.공조.평안감영 등으로 확대, 통화량을 조절했다.
'왕조실록' 제작진은 “상평통보의 정착과 경제회복은 숙종 재임 20년동안 안정기조의 통화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